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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상징세계 - 上 - 100개의 문답으로 풀어낸
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사찰이 위치하는 방식, 즉 가람배치의 밑그림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불교의 수미산 우주론이다. 절은 수미산 우주론을 설계도로 해서 수미산정인 도리천에 붓다를 모신다. 이것이 우리 사찰,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사철을 이해하기 위해서 수미산 우주론에 대한 선행 지식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 수미산 우주론에 조금 익숙해진다면, 우리는 앙코르와트와 같은 힌두교 사원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불교 건축 및 탱화나 만다라까지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종교 미술은 의궤성에 기반을 두며 이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냇물과 다리 : 수미산 우주론에서 聖과 俗을 분기하는 향수해를 상징함.
-일주문 : 수미산의 최하단으로 성역의 시작임을 상징함.
-천왕문 : 수미산의 중턱으로 지국천왕(동), 증장천왕(남), 광목천왕(서), 다문천왕(북)을 남향의 일향성 관점으로 재편하여 상징화함.
-해탈문 : 수미산 정상의 방형공간에 대한 공간분할을 상징함.
-대웅전 : 수민산정인 도리천 안의 선견성을 상징함.
일반적인 삼문 구조에서는 일주문 다음에 천왕문을 세운다. 그러나 일부 사찰은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에 금강문을 배치하기도 한다. 금강문은 금산사나 직지사 또는 법주사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런 경우 삼문 구조가 아닌 사문 구조가 된다. .. 금강역사의 역할을 수문신이다. 즉 일주문이 출입문이라면 금강역사는 수문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금강역사는 바위를 밟는 암좌 위에 표현. 이는 금강역사의 단단하고 강력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 우측의 역사는 입을 벌리고 있는 반면 좌측 역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시작과 끝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상징. 전체를 빠짐없이 잘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의미.
금강역사가 수문신의 역할을 하면서 의궤적인 정착을 이루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방위신인 사천왕이 점차 수문신의 역할을 대신함. 금강문이 점차 사라지고 금강역사는 일부 사천왕문의 정면 좌우에 회화로 그려지는 정도로만 남게 된다.
천왕문은 수미산 중턱에 상응. 이곳부터 실질적인 신들의 세계이다. 동(지국-비파), 남(증장-보검), 서(광목-용과 여의주), 북(다문-보탑). 사천왕이 밟고 있는 악귀는 북쪽지방에서는 청나라 만주족으로 표현되고, 남쪽에서는 일본인으로 묘사. 어떤 경우에는 탐관오리가 새겨져 있기도.
해탈문. 불이문(不二)이라고도 함. 수미산의 산정인 도리천의 입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음. 해탈문은 문의 형태 자체를 갖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누각 아래를 통해서 대웅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그 자체가 바로 해탈문이 된다.
우리의 전통 건축은 낮고 넓음을 추구한다. .. 자칫 경외감이 떨어질 수.. 그래서 사찰건축에서는 의도적으로 누하진입을 배치한다. .. 사찰로 들어가는 쪽에서 보면 해탈문이 되는 누각은 안쪽에서 볼 때는 만세루가 된다. 즉, 동일한 건물이 내외의 인식 판단 차이에 따라서 해탈문이 되기도 하고, 만세루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 만세루의 용도는 주불전인 대웅전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대웅전과의 연결 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 만세루에서 예불이나 법회가 가능.
불전사물 :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범종 : 지옥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힘으로 상징. 사찰 대중들의 운집을 알리는 신호.
법고 : 길짐승들의 무지에 대한 자각의 도구로 사용.
목어 : 어족들의 각성을 상징.
운판 : 조류의 구제를 상징. 운판에 새겨진 해와 달은 구름을 떨친 밝음을 상징. 불교와 관련해서는 번뇌를 떨친 수행의 완성을 의미.
배례석 : 절을 올리는 곳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 원래는 향로 받침대.
석등 : 불전 앞의 공간을 밝히는 역할. 상징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앙에 하나만 있는 것이 옳고 좌우에 쌍으로 있는 것은 틀린 것. 석등의 팔각형 양식은 불을 비추는 용도로 제한이 많음. 팔정도를 상징하는 면이 크다.
대웅전 : 석가모니를 모신 전각을 의미. 불교는 깨달으면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다고 천명.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같은 분들도 여기에 해당. 그러나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은 다른붓다가 아닌 석가모니불.
항마촉지인 : 대지를 짚어 마왕을 항복받는 수인이라 하는 것.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는 붓다는 정각의 붓다를 상징. 정각 이후 최초의 21일간 설해졌다고 전해지는 것이 바로 화엄경. 그러므로 대웅전 안에 모셔진 항마촉지인의 붓다가 설하는 가르침은 화엄경일 수밖에 없다.
법화사상이 말하는 것은 극락이나 천상세계와 같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을 통한 채널의 문제이다. 즉 법화경을 믿을 때 영취산정은 곧 그 자체로 극락정토와도 같은 영산정토가 된다. 화엄사상이 깨달음의 장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법화사상은 믿음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법화사상에 대한 믿음의 실천, 이것을 통해서 중생은 석가모니를 언제라도 볼 수 있게 된다. .. 석가모니의 위치는 법화에 입각한 대웅전이라는 전각 속에, 법화경의 설법을 상징하는 <영산회상도>의 탱화 앞에 모셔지는 것이다.
수미단 : 수미산을 모사한 단.
닫집 : 본래 불전은 붓다만의 고유영역으로서 성역 중의 성역인데 승려와 신도들이 점차 들어오는 과정에서 성역에 대한 인식이 약화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불전 안에서도 수미단 위를 다시금 분리하여 성역화하는 것이 바로 닫집의 설치라고 할 수 있다.
전각 명칭 | 주존상 | 협시 존상 | 불교그림과 탱화 | 관련 내용 |
대웅전 | 석가모니불 | 문수보살, 보현보살 | 영산회상도 | 법화경 중심 |
대웅보전 | 석가모니불 | 약사여래, 아미타불 | 삼계불탱화 | 삼존이 모두 부처 |
영산전(팔상전) | 석가모니불 |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 삼세불탱화, 팔상탱화 | 부처님의 일대기 중심 |
응진전(나한전) | 석가모니불 | 대가섭, 아난,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 삼세불탱화, 나한도 | 부처님 제자들의 수행 중심 |
대적광전(극락전, 대광명전, 화엄전, 비로전) | 비로자나불 | 노사나불, 석가모니불 | 삼신불탱화 | 화엄경 중심 |
무량수전(극락전, 수광전, 미타전) | 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 극락회상도 | 서방의 극락세계를 형상화함 |
유리보전(유리전, 약사전) | 약사여래 | 일광보살, 월광보살 | 약사회상도 | 동방의 정유리세계를 형상화함 |
용화전(미륵전) | 미륵불 | 볍화림보살, 대묘상보살 | 용화회상도 | 미륵의 하생과 성불 중심 |
원통보전(원통전, 관음전) | 관세음보살 | 남순동자, 해상용왕 | 관세음보살도 | 관세음보살의 자비 중심 |
지장전(명부전) | 지장보살 | 도명존자, 무독귀왕 | 지장보살도, 지장시왕도 | 지장보살의 구제 중심 |
삼성각 | 치성광여래 | 산신, 독성, 용왕 | 치성광여래도 | 도교 및 토속신앙의 신들과 불교적인 결합 |
붓다가 깨달은 존재를 지칭하는 대명사라는 것은 석가모니 이외에도 시간적으로 과거와 미래에 다양한 붓다들이 다수 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간적으로도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다른 붓다들이 더 존재한다. 시간적으로 가장 유명한 붓다는 미래불이 미륵. 공간적으로는 서방의 아미타불과 동방의 약사여래를 들 수 있다. 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을 지칭. 비로자나불은 광명편조라고 하여 태양과 같이 두루 밝은 부처님을 의미. 이는 또한 깨달음의 본질적인 속성과도 통하는 것이므로 비로자나는 법신, 즉 진리의 당체라도고 한다. 적광전은 또 대광명전이라고도 함. 적광전은 화엄전이라고도 칭해진다. 이는 적광전이라는 의궤적인 구조가 <화엄경>에 입각한 가치이기 때문.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의 중심불. <화엄경>은 석가모니가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직후 21일 동안 설하신 경전. 석가모니는 깨달음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을 통해 진리의 당체인 비로자나불과 합일한다. 이때 설해지는 것이 바로 <화엄경>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와 비로자나불은 개별적이지만 하나다.
무량수전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서쪽에 있는 극락의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모시는 전각. 아미타불에는 한량없는 수명과 한량없는 광명이라는 두 가지 특질이 있다. 무량수전은 수광전(월정사), 미타전, 극락전이라고도 한다.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이 독자적으로 주존이 되는 전각. 관세음과 관련해서는 관음이라는 축약적 표현을 쓰기도. (당 태종의 이름 ‘이세민’의 ‘세’가 겹치는 것을 피하려고)
붓다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노력을 통해서 진리를 확보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르므로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와 미래에도 많은 붓다들이 존재하게 된다. 석가모니불 이전의 붓다는 가섭불이며, 석가모니불의 뒤를 잇는 붓다는 미륵이다. 즉 미륵은 메시아와도 같은 미래불인 것이다. 미륵 하생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구조로 이해하는 면들이 있어 미륵불은 대체로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
미륵을 모신 전각을 미륵전이라고도 하지만, 존칭해서는 용화전이라고도 한다. 용화는 미륵이 그 밑에서 깨달아 가르침을 설하게 된다는 용화수를 가리킨다. 미륵은 미래불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붓다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보살로 표현되고는 한다. 그러나 미륵을 신앙하는 쪽에서는 이를 올려 붓다로 만들려고 한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가 열반하시고 미륵이 올 때까지의 공백기를 책임지도록 위임받은 보살. 지옥구제 이미지 때문에 지장전은 명부전과 동일시되고는 한다. 명부전은 지옥의 판관들과 죄인을 심판하는, 요즘으로 치면 법원 같은 곳. 그러므로 지장전과는 다르지만, 이곳에서 지장보살이 주로 활약하기 때문에 양자는 혼재되어 있는 실정. 일반적인 보살들이 장엄한 보관과 여러 가지 장신구를 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지장보살은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산전은 석가모니의 사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대웅전과는 달리 영산전은 붓다의 인생역정을 나타내고 있다. 팔상전이라고도 불린다. 팔상도란 붓다의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총 여덟 단계로 나누어 도시한 것. 법주사 팔상전이 대표적.
붓다 당시 제자들 중 최종 깨달음을 얻어 번뇌가 다한 분들을 아라한이라 한다. 나한전, 응진전이라고도 한다.
연꽃 : 붓다가 연꽃을 상징으로 삼으라고 하는 대목은 경전 어디에도 없다. 청정함의 의미보다는 구제의 대상에 대한 비유.(수면쪽에까지만 올라온다는 점)
사자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의 비유를 들면서 모범적인 수행자를 사자로 표현. 또 사자의 단체 사냥을 사자가 영리한 동물이라는 인식을 제공. 그 결과 사자는 대승불교에서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타는 동물로 수용된다. 사자후가 외쳐지면 뭇 짐승들이 두려워하며 위축되듯이 붓다의 가르침은 최상이라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소카 석주 중 바라나시와 산치에 있는 사사자 석주이다. 사자를 상징으로 하는 것은 인도의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한 것.
코끼리 : 지혜를 통한 실천을 의미.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보살은 보현보살.
목탁 : 물고기 모양으로 생김. 우리의 목탁은 중국의 목어에 상응하는 것으로 목탁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중국불교에서의 물고기의 수용은 단순히 물고기가 잠을 안 잔다는 의미 때문이 아니라 잠룡에서 비룡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불교에서 수행을 통해서 붓다가 되는 구조와 일치. 중국불교의 물고기 수용은 바로 이것을 상징.
학 : 학은 도교적인 이상향을 상징.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어 정착되는 과정에서 도교적인 가치를 빌린 부분들이 다소 있는데 학도 이런 경우도 생각. 붓다는 신선으로 대웅전을 선계로 판단하는 가치.
卍자 : 인더스문명에서부터 발견. 우만과 좌만이 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것은 좌만, 나치에서 사용하는 것은 우만. 만자는 정방형의 십자가와도 통하는 것으로 이는 태양숭배와 직결. 즉 태양의 빛이 뻗쳐서 광휘를 뿜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는 대표적인 고대문양이다. 만자는 붓다의 표현과 관련해서는 붓다의 가슴에 있는 털의 형상이라고 되도 있다. 고려불화 등에서도 살펴진다. 힌두교 비시누 신의 가슴에도 만자가 있다. 이는 두 존상의 이해가 상호 영향을 미친 결과하고 하겠다.
인도의 아리안 족은 본래 유목민. 그 결과 육식을 주로 하며, 기쁜 일이 있으면 신에게 희생으로 수백 마리의 소를 죽여서 바치곤 하였다. 그러나 이는 아리안 족이 인도에 정착하여 농경으로 문화를 바꾸면서 점차 심각한 문제가 됨. 그 결과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는데, 그것은 소를 시바 신이 타는 동물로 묶어서 신성화시키는 것. 이로 인해 인도 문화에서 소는 보호받게 된다.
탑 : 인도문화에서는 일반인도 탑을 세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탑의 건립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해서 건립 주체를 기릴만한 대상으로 제한한다. 인도불교의 탑은 대접을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복발형으로 우리 나라의 무덤과 비슷. 바발형 위에 일산을 꽂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