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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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지 않다. 자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흑은 너무 캄캄하다. 자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않으냐. 너와 내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 흑은 무섭다. 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玆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해서 다가오는 빛이다 그렇게 느껴진다. 이 바다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다. 나는 그렇게 여긴다."(337)

* 절두산 아래를 퉁과해서 귀가하는 날들이 오래 계속되었다. 나는 흑산도나 남양 성모산지, 배론성지 같은 사학죄인들의 유배지나 피 흘린 자리를 답사했고 기록들을 찾아서 읽었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자의 삶과 끝,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 그 바다의 넓이와 거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고 나는 그 격절의 벽에 내 말들을 쏘아댔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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