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마음으로 -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알려하지 말고 깨닫기
이외수 지음, 하창수 엮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팅을 하기 전에 문득 내가 이책 말고 이외수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더니 떠오르는 게 없다. 블로그내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나 검색되는 게 없다. 방송에 많이 나오고 구설수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은 책 하나 없다니, 안다는 건 엄청난 착각이었던 것;

 

그런데 좀 특이한(?) 작가인 것 같긴 하다. 아니, 특이한 작가라기 보다는 특이한 사람인듯. 책 후반부에 채널링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주 생명체는 물론 모든 사물과 대화를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는것을 뜻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이외수가 두세달에 한번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하니 신기하고 특이하다고 생각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장외인간>이라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다. 달에 있는 친구와 채널링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내용인데 책 출간 기사가 나간 후 또라이 아니냐는 식의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고;; 

 

<벽오금학도>를 쓰게 된 계기도 좀 충격적이었다. 단칸방에 살던 이외수가 3,700만원짜리 집을 계약하고 계약금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불할 능력이 안돼서 출판사 사장을 찾아가 2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면 1년에 안에 글을 써서 갚겠다고 청을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장은 코웃음 치며 거절했는데, 며칠 뒤 사장이 춘천까지 직접 2천만 원을 가지고 내려왔다고 한다. 청와대에 초청될 정도로 유명한 역술인이 이외수를 일컬어 "출판사 열 개를 살릴 작가"라고 했다는 것. 계약 직후 이외수는 <칼>이라는 소설을 썼고 출간되고 나서 스무배로 갚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썼다는 죄책감 때문에 5년 동안이나 글을 쓰지 않았다. 그 시간을 이겨낸 뒤 쓴 책이 <벽오금학도>라고. 읽어봐야겠다.

 

 

발췌

 

- 나는, 어쨌든, 인간은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진 존재라고 확신한다. 모든 사랑은 아름다움에서 비롯되고, 만물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만물을 아름답게 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만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물을 아름답게 보려면 저울이나 잣대를 버려야 한다. 그것들을 갖고 있는 한 그 저울과 잣대에 재어지는 것만 아름답게 보이고 그것만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울과 잣대의 눈금이 지워졌다는 건 만물이 지닌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 문학은 조화를 위한 도구다. 조화가 아름다움이고, 균형이 아름다움이다. 예술은 결국 망가진 것, 상처받은 것, 부족한 것들을 고치고 치유하고 보완해서 온전한 아름다움을 갖게 하는 조화와 균형의 도구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 불우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문학이고 예술이다.

 

- 모든 이름들은 하나의 섬. 모든 영혼들도 하나의 섬.

모든 혹성들은 하나의 섬. 모든 성단들도 하나의 섬.

섬에서 섬으로 그리움의 바다가 흐른다. 가슴 안에 간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만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 자연 가운데서도 내게 최고의 멘토는 물이다. 물은 거대하면서도 미세하고, 녹아 흐르는 액체지만 딱딱하게 굳기도 한다. 처하는 장소마다 거기에 자신을 맞춘다. 그건 모든 걸 받아들인다는 얘기고, 모든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은 자기 모습을 고집하지 않는다. 기준이 자기가 아니라 남이다. 그런데도 물은 늘 자신의 고유한 성질을 잃지 않는다. 본질인 H2O, 그건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물이 오염되었다"는 건 틀린 말이다. 그저 다른 것들과 섞여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바탕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과 융화하고 조화하는 물의 본성이다.

 

- 사람은 의학적 죽음 이후에도 수분간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게 "사랑한다", "그동안 함께 해서 행복했다" 등의 말을 해주는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 생각에 의존해서 사는 삶보다는 마음에 의존해서 사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내게는 구원이었다. 그런 뒤부터는 하는 일마다 잘됐다. ... 마음으로 다가가면 대상과 내가 쉽게 합일되고 만물을 볼때 즉각적으로 일체감이 형성된다. 그리고 존재의 가치나 의미가 당연시되기 때문에 의문이 일어나지 않는다. 명료하고 명징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집에 있으면서 읽은 책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남겨진 삶까지도 부정하게 돼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인물의 고백체 소설이다.

1부 선생님과 나, 2부 부모님과 나 에서의 화자는 '나'이지만 3부 선생님과 유서 에서의 화자는 '선생님'이다. 누구를 주인공으로 봐야할지 헛갈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소설에서의 핵심은 결국 유서에 담긴 '선생님'의 자기 고백에 있고 '나'는 그걸 이끌어냈고 들어주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선생님'으로 봐야할 것 같다.

하긴 누가 주인공인지 따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저 자신의 마음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한 무겁고 절박한 비밀이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는 지극히 사소한 일일 수 있다는 사실, 그치만 당사자에겐 살아야하는 이유를 뿌리부터 송두리째 뽑아 흔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단순하고 솔직하게, 그렇게 단단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살아야할 이유가 꼭 있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죽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없어서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야말로 말이야 막걸리야;;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의 일상이 얼만큼 괴로울 수 있는지, 그래서 그 삶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주는 소설.

착잡. 우울하네.


-발췌-
나는 침체되면 침체된 대로 빨리빨리 일이 돌아가야 하는 도시의 술렁거리는 불안 속에서 유일한 한 점의 불빛인 선생님 댁을 보았다. 나는 그때 이 빛이 암흑의 소용돌이 속에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차피 그 불빛도 빛을 소멸해갈 운명인데 지금 내 눈앞에 잠시 보류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의 번민은 사모님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계획적으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시작된 거야. 모녀가 내 뒤에서 서로 입을 맞춰 지금까지 모든 일을 진행해왔다고 생각하니 나는 갑자기 숨이 막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됐지. 불쾌한 정도가 아니라 이젠 더 이상 발을 내딛을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네. 하지만 나는 마음 한구석에선 그녀를 굳게 믿었네. 그렇기 때문에 믿음과 의혹 중간에서 올바르게 행동할 수가 없었지. 나에겐 어느 촉이나 진실이고, 또 양쪽 모두 허상이었던 거야.

작은아버지에게 배신당했을 때 사람은 믿을 게 못된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 건 사실이지만, 그건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겟다는 것이지, 내 자신에게만큼은 그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믿음이 있었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나 자신은 멋진 인간이라는 신념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단 말이지. 그 믿음이 K로 인해 무참히 깨져버리고 나 자신도 작은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심하게 흔들리게 됐네.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나는 결국 나 자신도 저버리고 닫힌 공간에 날 가두게 된 것이지.

그가 죽기 전에 내 머릿속에는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 꽉 차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그때의 내 판단은 너무 단순했고 또한 일방적이었네. K는 실연에 대한 상처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판단했지.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침착해진 상태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니 그렇게 간단히 결론을 낼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네.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것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지만-나는 이런 생각도 했네. K가 나처럼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결국 마지막 길을 선택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난 갑자기 소름이 끼쳤네. 나 또한 K가 선택한 길을 그의 뒤를 따라 밟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거야. 소리 없이ㅇ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홀연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를 정말 잘했다.
독서에 대한 열정과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 보다 깊이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이철수 신작 판화 100선전>, <마른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 날>
최인훈, <광장/구운몽>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김훈, <자전거 여행>1-2,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개>, <화장>, <바다의 기별>
알랭드 보통,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 <동물원에 가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대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고은, <순간의 꽃-고은 작은시편>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김화영, <행복의 충격-지중해, 내 푸른 영혼>, <바람을 담는 집>,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김화영 예술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천상의 두 나라>
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
R.M.릴케, <말테의 수기>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법정,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그림 속에 노닐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다음은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말하죠. 익숙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땅버들 씨앗들이 의도를 가지고, 이번 물살이 좀 안전하니까 이번에 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급한 물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쓸려가야 해요.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고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아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지점에 가지 못하고 닿았단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튀어야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를 주먹을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

지중해에 산다고 칩시다. 햇살 가득한 하루가 축복이었어요. 그런데 해가 지면 불현듯 슬픔이 찾아옵니다. 죽음에 대한 예고처럼요. 해가 지는 것처럼 언젠가 죽임이 온다는 기이한 슬픔이 밀려들어요. 지중해에 살지 않는 우리들도 감미로운 기쁨과 정반대의 순간들을 만나지요. 특히 일요일 오후 언뜻 해가 질 무렵의 먹먹함과 허무함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합니다. 감미로운 기쁨이 있는 것처럼 뜻 모를 슬픔이 문득 찾아오는 것. 이렇게 삶이라는 건 열린 창문 사이로 밀려드는 햇살처럼 순간의 기쁨, 그리고 그 나머지의 슬픔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유한한 생명이 부여된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겠네요.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며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수피교도로부터 이슬람세계로 퍼져나간 커피는 16~17세기 동안 유럽에 보급되었지만 그리 쉽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별로 인기가 없었던 커피가 매력적인 음료가 되기까지는 상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호화로운 커피하우스를 짓고 커피를 '이성을 각성시키는 음료'라고 광고했다.

커피 재배의 이동 경로는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이슬람권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17세기 무렵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커피재배는 사람 손이 많이 가고 혹독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농업이라 일손을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들을 데려와 커피 농장에서 일하게 했다.

노예 신분으로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의 수는 무려 1,500만 명이나 되었는데, 이후 18세기 미국에서 살아남은 흑인노예의 수는 3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흑인노예의 가혹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커피는 '니그로의 땀'이라 불렸을 정도입니다. (29)

산업혁명 이후 근대의 유럽인들이 마시는 커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도를 따라 이어지는 '커피 벨트' 지역의 사람들이 가혹한 커피 재배에 종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커피의 생산과 소비의 구도가 커피 재배라는 가혹한 노동에 내몰리는 가난한 사람과 커피를 마셔 각성함으로써 경제를 움직이고 현대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부유한 사람이라는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0)

영국의 영향으로 차 문화권에 속했던 미국이 커피 문화권으로 바뀐 것은 '보스턴 차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건 후 비싼 찻잎을 영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톨릭의 느슨함을 잃어버린 프로테스탄트> 부분 역시 인상적이었다.

가톨릭 교회가 지배했던 중세시대는 모두가 일종의 종교적인 병에 가볍게 걸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종교개혁에 의해 탄생한 프로테스탄트의 세계에서는 개인으로서 신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따라서 개인이 신 앞으로 거칠게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금욕'과 세트를 이루기 때문에 그 중압감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성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고 느슨했다. <중세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에서도 공공 매춘장소가 있을 정도였다는 설명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루터가 종교개혁 당시 성직자만 해석할 수 있었던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게 되면서 사람들 개개인이 성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각자가 성서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면서 무한 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가톨릭 교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탈리나아 스페인의 경우 프로테스탄트 신자가 더 많은 독일이나 영국에 비해 성에 대해 관대한 편이고 자유로워 보인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3장 제국의 야망사, 4장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이 일으킨 격진), 5장 세계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종교가 있었다 부분은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4장에서 사회주의의 실패를 러시아혁명 직후부터 예언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막스 베버에 대한 설명은 좀 인상적이었다.

막스 베버는 '관료제화는 자본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에도 공통적으로 흐르는 역사의 필연이자 숙명'이라고 말했다.

합리화는 관료제적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미로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해 부자유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고유의 숙명일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에 의해 더욱 확대되고 심화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 틀림없다고 베버는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한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끔찍하게 살해 당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아들 최동연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임을 자백하면서 수사는 일찍 종결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부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둘째 성연의 등장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형이 진범이 아니라고 확신한 성연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추악한 가족사가 드러나게 되고, 진실을 마주한 주인공들이 처절하게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진리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하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