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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를 정말 잘했다.
독서에 대한 열정과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 보다 깊이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이철수 신작 판화 100선전>, <마른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 날>
최인훈, <광장/구운몽>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김훈, <자전거 여행>1-2,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개>, <화장>, <바다의 기별>
알랭드 보통,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 <동물원에 가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대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고은, <순간의 꽃-고은 작은시편>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김화영, <행복의 충격-지중해, 내 푸른 영혼>, <바람을 담는 집>,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김화영 예술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천상의 두 나라>
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
R.M.릴케, <말테의 수기>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법정,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그림 속에 노닐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다음은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말하죠. 익숙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땅버들 씨앗들이 의도를 가지고, 이번 물살이 좀 안전하니까 이번에 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급한 물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쓸려가야 해요.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고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아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지점에 가지 못하고 닿았단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튀어야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를 주먹을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
지중해에 산다고 칩시다. 햇살 가득한 하루가 축복이었어요. 그런데 해가 지면 불현듯 슬픔이 찾아옵니다. 죽음에 대한 예고처럼요. 해가 지는 것처럼 언젠가 죽임이 온다는 기이한 슬픔이 밀려들어요. 지중해에 살지 않는 우리들도 감미로운 기쁨과 정반대의 순간들을 만나지요. 특히 일요일 오후 언뜻 해가 질 무렵의 먹먹함과 허무함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합니다. 감미로운 기쁨이 있는 것처럼 뜻 모를 슬픔이 문득 찾아오는 것. 이렇게 삶이라는 건 열린 창문 사이로 밀려드는 햇살처럼 순간의 기쁨, 그리고 그 나머지의 슬픔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유한한 생명이 부여된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겠네요.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며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