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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 ㅣ 황석영 대하소설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평점 :
오빠가 한 권, 두 권 사모아 두었던 책이다. 나도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집에 있는 책이니 언제든 읽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미루고 있었는데 집에 불이 나면서 모두 타버렸다.
창비에서 나온 새판이 학교 도서관에 있길래 읽기 시작했다.
황석영의 <장길산>은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판된 유일한 책이라고 한다. 황석영이 91년에 방북했을 때 벽초의 손자인 홍석중이 책임교정자를 맡기로 해 출판된 것이다. <장길산>은 가히 언어의 향연이라고 부를만한 것 같다. 지금은 가볼 수 없는 북녁땅, 황해도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것도 책을 더 흥미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1권에서 1장을 열기 전에 '장산곶 매'와 '서장 노상'이라는 별도의 장을 두고 있는데, '장산곶 매'는 12권에 이르는 소설의 전체 흐름을 암시해주는 것 같고, '서장 노상'은 길산이의 출생 배경을 소개해주고 있다.
"흐르는 물과 같이 연면한 산맥같이 앞뒤로 끊임이 없건마는, 여럿과 맺은 관계가 마치 저 장산곶 매의 발목에 묶인 매듭과도 같았고, 그 장한 뜻의 꺾임은 뒤댈 바탕이 부족하매 분한 노릇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서성나무는 둥치를 떨고, 내부에서는 구렁이가 꿈틀거리는데 가지에 걸린 매가 날지 못하여 깃을 퍼덕이는 안타까운 여러밤이 끝도없이 계속되었다." (p17)
가지에 걸린 장산곶 매가 발이 묶인 줄 모르고 목적 없는 날개짓을 거듭하다 결국 구렁이가 물려 죽고말았다는 이야기는 장길산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장길산>은 '천불천탑' 전설 속 불상들의 얼굴처럼 우리들 각자가 시대 속에서 그려나간 자신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