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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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듯 모를듯, 한마디로 어려웠다. 이야기가 나선형으로 빙빙 도는 느낌(목차부터 이상하다;). 제대로 이해는 못했지만 뭔가 와닿는 것은 있다. 마음이 여유로울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P343.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다. 체코인들에게 역사는 하나뿐이다. 토마시의 인생처럼 그 역시 두 번째 수정 기회 없이 어느 날 완료될 것이다.

...

Eini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갑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앞부분인 것 같은데 이런 글귀도 있다.

 

"영원한 회귀라는 사상은, 세상사를 우리가 아는 그대로 보지 않게 해주는 시점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두자. 다시말해 세상사는, 세상사가 덧없는 것이라는 정상참작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사실 이 정상참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심판도 내릴 수 없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 띤 구름은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 단두대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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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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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습하는 동안 같이 옆에서 읽었는데 순간 순간 눈물이 고이고 순식간에 철철 흘러내린다. 소설 속에 딱히 클라이막스랄 것은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다. 아마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 것 같다. 엄마를, 아내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식과 남편은 그녀가 남긴 공백이 얼마나 큰지, 행복인줄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부터 이미 엄마의 존재를 잊고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엄마의 빈자리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기에 남은 자들의 후회와 슬픔은 더 처량하게 느껴진다.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그리고 엄마를 일생동안 외롭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후회는 언제나 깨우침보다 늦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저기,

내가 태어난 어두운 집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네. 엄마가 얼굴을 들고 나를 보네. ... 엄마가 파란 슬리퍼에 움푹 파인 내 발등을 들여다보네. 내 발들은 푹 파인 상처 속으로 뼈가 드러나 보이네. 엄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네. 저 얼굴은 내가 죽은 아이를 낳았을 때 장롱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네.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끌어올리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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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2
태원준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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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쌤 추천으로 1권을 읽은 뒤 2권을 기다린지 두달여만에 손에 쥐게 됐다. 저자인 태원준씨 여행 블로그를 드나들다 개설한지 3년 정도 된 블로그 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배낭여행을 향한 부푼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가든 그곳의 문화나 역사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저자의 여행관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러리라 다짐했다.

2권에서 펼쳐지는 모자의 여정은 터키에서 시작해 런던에서 끝난다. 동유럽에서 끝날 예정이었던 세계여행은 파리에 대한 엄마의 집념과 누나의 지원, 아들의 효심으로 한달 간 더 늘어나게 된다. 어쩌면 중국에서,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여행이 300일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서로를 무한히 신뢰하고 사랑하는 두 모자가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친구끼리의, 연인끼리의 여행이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나라면 스무번은 절교했을 거다. 백프로.ㅋ

코끝이 시큰해지는 부분이 2권엔 더 많았다. 여행의 고단함과 피로에 적응된 엄마 한동익씨가 완벽한 배낭여행가 변신하면서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난 변화랄까. 마지막일지 모르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곳 한곳을 눈에, 가슴에 담고자 하는 엄마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중요한 거 현재라는 엄마의 여행노트는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실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너무 모른척, 포기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1권의 주인공이 단연 저자 태원준씨였다면 2권의 주인공은 엄마 한동익씨인 것 같다. 엄마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북유럽과 서유럽에 대한 여행기록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열매쌤한테 말로만 듣던 카우치서핑을 모자가 무려 40번이나 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그런 경험 한번 없이 늙어버리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ㅜ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이다.

"마을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옛집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로 백 년은 거뜬히 되어 보이는 돌담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커다란 고목나무의 가지들이 미풍에 느릿느릿 움직이는가 싶더니 지천에 널려 있던 포도 넝쿨에서 설익은 포도송이들이 툭툭 터져 나와 어깨를 스치고 굴러간다. 모두가 새로운 물결에 휩쓸릴 때 고집스레 자신의 모습과 자리를 고수한 뚝심이 느껴지는 마을, 마치 수십 년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굳은살 같은 마을이다. 어디를 걸어도 '새것'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옛것'만이 깊게 패인 주름살처럼 펼쳐져 있다."

이렇게 옛것만을 간직한 곳이 한국엔 있을까? 중세의, 고대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시간여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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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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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최근작 <정글만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지 오래인데, 아직 읽지 못했다. 서점 직배송 중고책이 나오거나 새책 가격이 좀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 <허수아비춤>을 읽고 나니 적어도 이때부터 작가는 중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기로 구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인간연습>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삶의 이유를 송두리째 빼앗긴듯 휘청거리는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수아비춤>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사실상 시장경제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 종종 묘사되어 있다. 이 문제를 본격 다루고 있는 책이 <정글만리>인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허수아비춤>은 로얄패밀리, 골드패밀리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처럼, 내 곁엔 없지만 현실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초상류층의 부패, 비리를 다루고 있다. 국민은 그들을 떠받치고 그들에게 착하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허수아비'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었을때 불쾌하고 허탈한 느낌이 든다. 검사, 변호사, 교수, 언론인들이 다같이 한 마음이 되어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입안의 혀처럼 구는 모습이, 사람들이 기업의 불법증여, 억대 조대 비자금 조성 소식을 접하고도 금방 망각해버리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나도 말못하고 바람에 일렁일뿐인 허수아비임을 자각하게 하는지라.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최근 1, 2년 동안 화두가 된 말인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 이미 작가는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가 경제민주화임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매운동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치민주화가 투표 행위 과정에서 실현되듯이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나설때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기를 게을리할수록, 회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440)

 

자신의 비겁함을 직면하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다...

 

낮 한 시까지 퍼질러 자고, 그 뒤로도 세시간을 누워서 밍기적 거리다 해 떨어질때쯤 기어나와  카페베네에서 밀크티 홀짝거리며 삼성이 만든 컴퓨터를 앞에 두고 리뷰를 끄적이고 있는 지금.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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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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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은 본래 <노산군일기>라는 이름으로 편찬되었다. 편찬 경위, 편찬 일시, 편찬자 이름 등은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숙종때 복권되면서 <단종실록>으로 개칭되었는데 제목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단종은 노산군으로, 수양대군은 세조로 기술되어 있다. 게다가 수양대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많이 강조되어 있어서 진실에 접근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문종 사후 조정은 친수양파, 친안평파가 형성되어 대립하였다. 대신들은 안평의 편에 섰다. 한편 단종과 가장 가까웠던 종친은 금성대군이었다. 수양대군은 고명사은사를 자처하고, 단종의 혼인을 적극 청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왕위에 오르려고 한다는 주위의 의심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이징옥이 북방의 무기를 한양으로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수양파는 안평이 역모를 도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록에는 안평과 김종서 등이 역모를 꾀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수양 측은 역모의 전모를 밝혀내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다만 관련자들을 그자리에서 모두 죽여버렸다. 아비와 열여섯 살 이상의 아들도 죽임을 당했고 15세 이하의 아들은 관노로, 처, 첩, 딸은 원수격인 공신들의 노비가 되었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은 명나라 사진들을 대접하는 연회 자리에서 수양대군과 한명회 등을 제거하려고 계획했다가 수양 측이 별운검을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주춤해진 사이 이탈자가 발생하여 단종 복위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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