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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의 최근작 <정글만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지 오래인데, 아직 읽지 못했다. 서점 직배송 중고책이 나오거나 새책 가격이 좀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 <허수아비춤>을 읽고 나니 적어도 이때부터 작가는 중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기로 구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인간연습>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삶의 이유를 송두리째 빼앗긴듯 휘청거리는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수아비춤>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사실상 시장경제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 종종 묘사되어 있다. 이 문제를 본격 다루고 있는 책이 <정글만리>인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허수아비춤>은 로얄패밀리, 골드패밀리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처럼, 내 곁엔 없지만 현실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초상류층의 부패, 비리를 다루고 있다. 국민은 그들을 떠받치고 그들에게 착하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허수아비'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었을때 불쾌하고 허탈한 느낌이 든다. 검사, 변호사, 교수, 언론인들이 다같이 한 마음이 되어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입안의 혀처럼 구는 모습이, 사람들이 기업의 불법증여, 억대 조대 비자금 조성 소식을 접하고도 금방 망각해버리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나도 말못하고 바람에 일렁일뿐인 허수아비임을 자각하게 하는지라.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최근 1, 2년 동안 화두가 된 말인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 이미 작가는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가 경제민주화임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매운동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치민주화가 투표 행위 과정에서 실현되듯이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나설때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기를 게을리할수록, 회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440)
자신의 비겁함을 직면하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다...
낮 한 시까지 퍼질러 자고, 그 뒤로도 세시간을 누워서 밍기적 거리다 해 떨어질때쯤 기어나와 카페베네에서 밀크티 홀짝거리며 삼성이 만든 컴퓨터를 앞에 두고 리뷰를 끄적이고 있는 지금.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