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쌤 추천으로 1권을 읽은 뒤 2권을 기다린지 두달여만에 손에 쥐게 됐다. 저자인 태원준씨 여행 블로그를 드나들다 개설한지 3년 정도 된 블로그 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배낭여행을 향한 부푼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가든 그곳의 문화나 역사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저자의 여행관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러리라 다짐했다.
2권에서 펼쳐지는 모자의 여정은 터키에서 시작해 런던에서 끝난다. 동유럽에서 끝날 예정이었던 세계여행은 파리에 대한 엄마의 집념과 누나의 지원, 아들의 효심으로 한달 간 더 늘어나게 된다. 어쩌면 중국에서,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여행이 300일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서로를 무한히 신뢰하고 사랑하는 두 모자가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친구끼리의, 연인끼리의 여행이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나라면 스무번은 절교했을 거다. 백프로.ㅋ
코끝이 시큰해지는 부분이 2권엔 더 많았다. 여행의 고단함과 피로에 적응된 엄마 한동익씨가 완벽한 배낭여행가 변신하면서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난 변화랄까. 마지막일지 모르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곳 한곳을 눈에, 가슴에 담고자 하는 엄마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중요한 거 현재라는 엄마의 여행노트는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실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너무 모른척, 포기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1권의 주인공이 단연 저자 태원준씨였다면 2권의 주인공은 엄마 한동익씨인 것 같다. 엄마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북유럽과 서유럽에 대한 여행기록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열매쌤한테 말로만 듣던 카우치서핑을 모자가 무려 40번이나 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그런 경험 한번 없이 늙어버리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ㅜ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이다.
"마을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옛집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로 백 년은 거뜬히 되어 보이는 돌담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커다란 고목나무의 가지들이 미풍에 느릿느릿 움직이는가 싶더니 지천에 널려 있던 포도 넝쿨에서 설익은 포도송이들이 툭툭 터져 나와 어깨를 스치고 굴러간다. 모두가 새로운 물결에 휩쓸릴 때 고집스레 자신의 모습과 자리를 고수한 뚝심이 느껴지는 마을, 마치 수십 년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굳은살 같은 마을이다. 어디를 걸어도 '새것'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옛것'만이 깊게 패인 주름살처럼 펼쳐져 있다."
이렇게 옛것만을 간직한 곳이 한국엔 있을까? 중세의, 고대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시간여행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