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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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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격. 지금 내 상황이 딱 이렇지 않나 싶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가운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하며 한 쪽으로 밀어놨던 책을 딱 펼친 순간 제목이 눈에 딱 들어왔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넓고 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 하나에 불과하다. 스스로는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내용의 글은 그래, 내 문제가 얼마나 대단한 거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이겨낼 힘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나는 뭘 두려워하고 움츠러들었을까 하는 생각. 물론 건강이라는 건, 특히 남의 건강은 내 맘, 내 의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무작정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지금은 어려운 고비가 무사히 넘어가서 드는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읽으면서 남들의 속도만 비교하느라 정작 나는 신경쓰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해 점검도 해보고,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 후회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준비하다 시작도 못했던 내가 떠오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끄덕이면서 책을 읽었다.


첫 이야기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달래준 이 책은 제목만 읽어도 힘이 나고, 용기가 난다. 솔직히 삶의 지침이 되는 책? 무엇무엇한 한마디? 무엇무엇한 글들? 이런 식의 책들은 별로 읽지 않는 편이다. 너는 네 인생, 나는 내 인생. 이란 마음가짐이 콕콕 박혀있어서인지 공감도 잘 안되는 편이고 왠지 삐뚤어지게 읽는 면이 많아서 읽으면 더 스트레스 받는 경우도 있어서 ㅇ<-< 피하는 편인데 이 책은 읽으면서 스트레스는 안 받았던 것 같다. 그냥 문장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용기가 되어주고, 작은 용기를 키워줬달까.


제목만 보고선 흥칫핏 했던 것이라도 글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던 이야기도 있고. 시간을 내서 읽기를 잘했단 느낌이 드는 책. 맘에 드는 제목만 골라서 적어서 가지고 다니다 쭈그러들 때 읽으면 딱! 하고 힘이 날 것 같은 내용들이 가득 차 있다.


지금 내가 용기가 필요할 때였는데 충분히 용기를 받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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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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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아무 이야기도 쓰지 못하고 커피로 속을 버려가고 있는 남자를 걱정하던 친구가 건네준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이야기를 끄집어내야한다고! 초조하게 몸을 앞뒤로 흔드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 고정시킨 친구는 책의 표지를 가볍게 톡톡 두들겼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제목을 확인한 남자가 화들짝 놀라 책을 집어들고 바라보자 친구는 가볍게 끄덕였다.

남자는 희망에 가득차 책을 폈다. 머리 속에 있는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종이 위, 혹은 모니터 위에 풀어줄 기계를 기대하고 있던 남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로 만든 소박한 기계장치였다. 이게 뭐지? 책장을 아무리 넘기고 뒤적여봐도 남자가 원하고 바라는 기계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굳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보던 친구는 남자가 타준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남자는 친구의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화가 나는 것도 어쩔 수가 없어 손 안에 들린 책을 탁자 위로 내던지듯 놓았다. 매끄러운 탁자 위에서 미끄러지던 책은 친구의 커피잔에 부딪혀 내용물을 뒤집어썼다. 남자는 허둥지둥 일어나 매끄러운 표지 위의 커피를 털어내고 휴지를 뽑아 문질렀다. 그래, 책에 무슨 죄가 있겠어. 어차피 나오지도 않는 이야기를 쥐어짜고 있느니 페이지를 훌훌 넘겨가며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에 남자는 새로 내린 커피와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집어들고 편안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는 남자가 앉을 때 너무 오랜만에 앉는 것 아니냐며 뾰루퉁하게 삐걱 거렸지만 금세 남자의 몸에 편안하게 와 닿았다.


남자는 곧 책에 빠져들었다. 책에 나오는 기계 장치들이 남자의 목적에 맞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기계장치, 혹은 조각에 설명처럼 붙은 짧은 글들이 남자의 머리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디서 읽은 것 같지만 어디서든 읽어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과 어느 누구도 쓰지는 않았지만 수없이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고 누구도 쓰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핑글핑글 남자의 머리 속을 맴돌았고, 남자는 서둘러 일어나 종이와 펜을 찾았지만 그 사이에 이야기들은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고 남자는 한숨을 쉬며 다시 의자에 주저 앉았다. 힘없이 페이지를 뒤적이던 손은 다시 집중해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고, 남자는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보고, 아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방문하는 사람의 상상 속의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집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을 상상했고, 악마의 검은 피를 신의 축복인 줄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환경 오염의 대해 생각해보았고, 배를 타고 달에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런 상상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오이씨 아이, 짐을 잔뜩 진 노새, 하늘에 갇힌 새 등의 조각들을 볼 때에는 글도 글이지만 그 모양새에 감탄했으며, 개와 의자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의자', 그리고 '개'가 한 말을 곰곰히 따져보았다.


마침내 책장을 덮었을 때 그의 머리 속에는 처음에 흩어졌던 이야기와 다시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얘기들이 사이좋게 손을 잡거나, 나란히 앉아 자기 자리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의자에서 벗어나(의자는 화가 났다는듯 다시 한 번 삐걱였다) 조금은 딱딱한 다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상 위의 노트를 펼쳤다. 노트의 제일 처음을 '마무리 후 친구에게 커피 대접'으로 채운 후, 그의 펜은 천천히 그러나 막힘없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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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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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식적으로 제목에 '어머니/엄마'가 들어가는 책을 피하는 편이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엄마는 항상 나의 곁에 있다. 혼내고 야단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편이며, 그 사실은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는 어린애같은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고, 우리 엄마도 아플 수 있고 함께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래서 신간평가단의 선정도서에서 이 책의 제목을 확인했을 때 한숨이 먼저 나왔다. '엄마'란 단어도 단어지만 '마지막'이란 단어가 확실하게 엄마의 죽음을 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고, 책을 받은 다음에도 최대한 읽는 것을 미루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펴고나서는 의외로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다. 췌장암에 걸린 메리의 이야기가 곳곳에 다뤄지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아들과 어머니가 책을 통해 소통하는 장면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같은 것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우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외래환자 치료센터 대기실에서 그저 그런 커피와 더 형편없는 핫초콜릿을 섞여 만들어진 근사한 모카커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은 윌과 메리가 어떻게 둘만의 북클럽을 시작했고,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나눴는지로 가득차 있다. 대부분 하나의 이야기에서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는 책들과 달리 윌은 그 책 자체보다는 어떻게 어머니와 자신이 이 책을 선택했고, 어떻게 읽었으며 무슨 감상들을 나누었는지 그 때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더 자세히 설명한다. 자신의 어머니는 어떤 삶을 살았고, 그런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그래서 오히려 글 속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길래 윌과 메리가 선택했고, 이런 감상을 남겼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해져서.


메리는 췌장암에 걸려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고 있던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고, 오래 연명하는 삶보다는 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길 원했고 그렇게 해나갔다. 모든 일에 대해 확고한 의견이 있었고, 가정과 일 모두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었다.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대에 말이지!

나는 금새 메리 앤에게 푹 빠져들었다. 여성과 아동 난민을 위한 그녀의 활동들과 여러 학교에서 입학처장으로 근무했던 일들, 런던에서 연극을 했던 얘기들은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삶을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가 보이는 것 같았고, 그녀가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고 만났는지 친구들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녀가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책 곳곳에서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좋아했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리고 그런 그녀가 골라 읽은 책이니 만큼 좋지 않은 책은 없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가족들이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야기들 에서도 그걸 느꼈지만 책의 마지막에 더그가 한 말은 책을 덮고도 한참이나 생각이 났다.

"있잖아, 이걸 거래라고 생각해봐. 누군가 어머니에게 '당신은 세 명의 건장한 자녀와 거의 50년 동안 건강한 몸으로 함께 살아왔던 남편, 그리고 당신이 지극히도 사랑해 마지않을 뿐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다섯 명의 손주를 두고, 더군다나 그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로 죽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내 생각에 어머니는 그게 전혀 나쁜 거래라고 생각지 않으실 거라는 확신이 들어."

우리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할까, 우리 엄마의 거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고 어머니가 행복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자식들이 부럽기도 해서 나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부모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어떻게 맞이하든 힘들고 슬프겠지만 그래도 떠나는 사람이 행복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겨내기 쉽지 않을까 싶어서.

또 책을 통해 소통한 윌과 메리의 관계가 너무 부러워졌다. 나도 언젠가는 엄마와 이렇게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씩 노력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굳이 둘 만의 북클럽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만의 소통이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을 통해 나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무엇보다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은 엄마겠지만. 그리고 힘을 내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슬프긴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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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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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주인공인 앤은 엄마가 싫다. <빨간 머리 앤>을 너무 좋아해서 딸인 자신의 이름을 앤이라고 지은 것도 싫고, 촌스런 꽃무늬 그릇들을 모으고, 집에서 만든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고집하는 엄마가 싫다. 미인이지만 재능도 없고 뭐든 어중간한 엄마가 싫은 앤의 취미는 살인, 사고에 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것과 서점에서 상처 입은 소녀 인형들의 사진집인 <임상 소녀>를 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15살, 중학교 2학년 소녀들의 어둡고 질척질척한 감정의 고리들과 서로를 따돌리고 무시하는 분위기, 자신의 가치관이 세상의 가치관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불편했다. 따돌림이야 워낙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다보니(이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수많은 소설들이 다루는 이지메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려니 싶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를 손바닥 뒤집듯 내치는 장면은 보기가 힘들다. 이유도 다양하다. 내가 소개시켜 준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자기의 전남자친구와 친구가 사귀는 걸 얘기해주지 않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아이돌이라고 얘기해서. 아, 그러세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지도.

왠지 오츠 이치의 <GOTH>가 생각나게 하는 소녀 앤은 같은 반 도쿠가와가 강가에서 무언가가 든 비닐봉투를 걷어차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모습이 평소에 친구들과 '곤충계'라고 은근히 무시하던 모습의 도쿠가와와 달라 그를 관찰하던 앤은 그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게 무언가 동물의 사체라고 생각하고, 그 것을 계기로 도쿠가와와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도쿠가와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싶은 소년과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죽음을 원하는 소녀는 이렇게 연결 된다.


뭐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가 다 있어? 싶은데도 나는 이 책이 좋다. 에필로그같은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청춘은 부끄러운 기억의 연속이다."라는 책 뒤의 문장처럼 대학 입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앤도 자신의 중학교 시절의 엄마를 싫어했던 기억을 후회하고, 지금은 훨씬 더 엄마를 많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까 중 2... 였잖아? 어쨌든, 그 모든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억을 쌓고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 도쿠가와를 부르는 앤의 모습과 앤의 곁에 아직 친구로 남아 있는 세리카와 사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결말만으로도 잘 읽었다는 기분이 드는 책. 앞의 어두운 기분을 상쾌하게 날려주는 마음에 드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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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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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누군가는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누군가는 주변 사람들을 돌볼 것이며, 누군가는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중의 몇은 역사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역사에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그 때 저 사람이 죽지 않았더라면, 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테니.

하지만 막상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역사를 바꿔야 한다는 무언가가 부여된다면?

 

제이크 에핑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교직원들이 아무도 가지 않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전처인 크리스티에게 단지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상적인 성향이 전무하다고 매도를 당했지만 그는 앨의 식당을 좋아했고, 충분히 감상적인 사람이었다. 바로 그 감상적인 성향이 에핑을 토끼굴로 뛰어들게 한 이유거든.

에핑에게 부여된 것은 의무도, 임무도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마침 시간 여행 터널을 지나 만난 과거의 시간과 맞았을 뿐이고,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이 있었고, 스스로도 그 일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는 머뭇거리면서도 토끼굴로 뛰어들었다.

 

앨이 발견하고, 지금은 에핑이 생활하고 있는 토끼굴 안의 세상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과거의 물건은 현재로 올 때 사라지지않고, 현재의 물건도 과거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는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방해하지만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과거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을 있다 현재를 돌아가도 겨우 2분의 시간이 지나있을 뿐이다(하지만 과거에서 지난 시간만큼 나이를 먹는다). 마지막으로 현재로 돌아왔다가 다시 토끼굴을 통해 과거로 가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앨이 하반신 마비의 위기에서 구해냈던 소녀가 에핑이 과거로 돌아감으로 인해 다시 휠체어를 타게 된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앨과 에핑의 탁구공처럼 주고 받는 대화, 해리 더닝을 구하기 위해 데리로 간 이야기, 캐롤린 풀린과 앤디 컬럼의 인생을 바꾼 이야기, 에핑이 앰버슨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에 푹 빠져 있었다. 별 다른 사건 없이 '그 날'을 위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이야기마저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상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게 하다가 마지막에 단어 하나로 다시 확 긴장감을 주는 대단한 작가.


내가 왜 이 책을 지금 1권만 가지고 있지 후회스러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기대를 가지고 2권을 읽을텐데. 절대 후회하지는 않겠지! 믿고 보는 스티븐 킹이니까: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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