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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나는 의식적으로 제목에 '어머니/엄마'가 들어가는 책을 피하는 편이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엄마는 항상 나의 곁에 있다. 혼내고 야단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편이며, 그 사실은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는 어린애같은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고, 우리 엄마도 아플 수 있고 함께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래서 신간평가단의 선정도서에서 이 책의 제목을 확인했을 때 한숨이 먼저 나왔다. '엄마'란 단어도 단어지만 '마지막'이란 단어가 확실하게 엄마의 죽음을 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고, 책을 받은 다음에도 최대한 읽는 것을 미루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펴고나서는 의외로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다. 췌장암에 걸린 메리의 이야기가 곳곳에 다뤄지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아들과 어머니가 책을 통해 소통하는 장면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같은 것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우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외래환자 치료센터 대기실에서 그저 그런 커피와 더 형편없는 핫초콜릿을 섞여 만들어진 근사한 모카커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은 윌과 메리가 어떻게 둘만의 북클럽을 시작했고,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나눴는지로 가득차 있다. 대부분 하나의 이야기에서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는 책들과 달리 윌은 그 책 자체보다는 어떻게 어머니와 자신이 이 책을 선택했고, 어떻게 읽었으며 무슨 감상들을 나누었는지 그 때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더 자세히 설명한다. 자신의 어머니는 어떤 삶을 살았고, 그런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그래서 오히려 글 속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길래 윌과 메리가 선택했고, 이런 감상을 남겼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해져서.
메리는 췌장암에 걸려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고 있던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고, 오래 연명하는 삶보다는 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길 원했고 그렇게 해나갔다. 모든 일에 대해 확고한 의견이 있었고, 가정과 일 모두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었다.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대에 말이지!
나는 금새 메리 앤에게 푹 빠져들었다. 여성과 아동 난민을 위한 그녀의 활동들과 여러 학교에서 입학처장으로 근무했던 일들, 런던에서 연극을 했던 얘기들은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삶을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가 보이는 것 같았고, 그녀가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고 만났는지 친구들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녀가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책 곳곳에서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좋아했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리고 그런 그녀가 골라 읽은 책이니 만큼 좋지 않은 책은 없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가족들이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야기들 에서도 그걸 느꼈지만 책의 마지막에 더그가 한 말은 책을 덮고도 한참이나 생각이 났다.
"있잖아, 이걸 거래라고 생각해봐. 누군가 어머니에게 '당신은 세 명의 건장한 자녀와 거의 50년 동안 건강한 몸으로 함께 살아왔던 남편, 그리고 당신이 지극히도 사랑해 마지않을 뿐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다섯 명의 손주를 두고, 더군다나 그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로 죽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내 생각에 어머니는 그게 전혀 나쁜 거래라고 생각지 않으실 거라는 확신이 들어."
우리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할까, 우리 엄마의 거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고 어머니가 행복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자식들이 부럽기도 해서 나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부모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어떻게 맞이하든 힘들고 슬프겠지만 그래도 떠나는 사람이 행복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겨내기 쉽지 않을까 싶어서.
또 책을 통해 소통한 윌과 메리의 관계가 너무 부러워졌다. 나도 언젠가는 엄마와 이렇게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씩 노력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굳이 둘 만의 북클럽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만의 소통이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을 통해 나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무엇보다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은 엄마겠지만. 그리고 힘을 내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슬프긴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