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주인공인 앤은 엄마가 싫다. <빨간 머리 앤>을 너무 좋아해서 딸인 자신의 이름을 앤이라고 지은 것도 싫고, 촌스런 꽃무늬 그릇들을 모으고, 집에서 만든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고집하는 엄마가 싫다. 미인이지만 재능도 없고 뭐든 어중간한 엄마가 싫은 앤의 취미는 살인, 사고에 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것과 서점에서 상처 입은 소녀 인형들의 사진집인 <임상 소녀>를 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15살, 중학교 2학년 소녀들의 어둡고 질척질척한 감정의 고리들과 서로를 따돌리고 무시하는 분위기, 자신의 가치관이 세상의 가치관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불편했다. 따돌림이야 워낙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다보니(이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수많은 소설들이 다루는 이지메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려니 싶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를 손바닥 뒤집듯 내치는 장면은 보기가 힘들다. 이유도 다양하다. 내가 소개시켜 준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자기의 전남자친구와 친구가 사귀는 걸 얘기해주지 않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아이돌이라고 얘기해서. 아, 그러세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지도.

왠지 오츠 이치의 <GOTH>가 생각나게 하는 소녀 앤은 같은 반 도쿠가와가 강가에서 무언가가 든 비닐봉투를 걷어차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모습이 평소에 친구들과 '곤충계'라고 은근히 무시하던 모습의 도쿠가와와 달라 그를 관찰하던 앤은 그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게 무언가 동물의 사체라고 생각하고, 그 것을 계기로 도쿠가와와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도쿠가와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싶은 소년과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죽음을 원하는 소녀는 이렇게 연결 된다.


뭐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가 다 있어? 싶은데도 나는 이 책이 좋다. 에필로그같은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청춘은 부끄러운 기억의 연속이다."라는 책 뒤의 문장처럼 대학 입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앤도 자신의 중학교 시절의 엄마를 싫어했던 기억을 후회하고, 지금은 훨씬 더 엄마를 많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까 중 2... 였잖아? 어쨌든, 그 모든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억을 쌓고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 도쿠가와를 부르는 앤의 모습과 앤의 곁에 아직 친구로 남아 있는 세리카와 사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결말만으로도 잘 읽었다는 기분이 드는 책. 앞의 어두운 기분을 상쾌하게 날려주는 마음에 드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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