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신문에 나든 그렇지 않든 나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외삼촌이 슬픈 어조로 내게 충고했듯이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정말 몰랐다고, 말한 큰오빠는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를 업어주고,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언제나 나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 그는 모르겠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소설은 매우 잘 읽힌다. 문체도 그러하고 이야기도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이고.

어찌됐던 읽는 내내 뒷 내용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면 이 책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실컷 재밌게 읽어 놓구선 뭐, 그냥 재밌기만 한 책, 그저그런 시간죽이기 용 책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머뭇거려 지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종종 책을 덮어 버린 이유와 동일한지도 모른다.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을 보고 우리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개념 없는 그들도 개념이 있게 되면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의 아픔 앞에 우리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사람들의 연민에 호소하는 책이다. 아마도 연민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면서 단 한 순간도 고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지 싶다.(아,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정말 이 책을 읽고 아무런 감정도 못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니 이 책을 읽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면 지금 내 글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도 같고, 아, 물론 그래도 익숙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전혀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조금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는 말을 그대로 전하기로 한다.)

 

윤수. 남자 주인공 이름이다. 주인공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인데 이 이름은 좀 오래 기억하지 싶다.

윤수, 라는 남자는 착한 사람이다. 착하기만 하고 지혜는 없는 사람이다. 그랬기에 이 착한 그는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몰랐고 마냥 착했기 때문에 그렇게 변해가게 된다. 차라리, 이 주인공이 악독한 놈이었다면 그렇게 살진 않았을 것이다. 악독한 것들은 어떻게든 자기 앞가림 하면서 꽤 잘 살기 마련이다. 윤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그런 놈들처럼 어떻게든 자기 살 길은 찾아간다. 착하려면, 그만큼의 자신의 심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어야 했는데 윤수라는 남자의 불행은 여기에 기인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 지혜의 부재에 관해서 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지고 있고 그 주인공이 강동원과 이나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글을 읽으면서 종종 그 주인공들과 매치가 되곤 했다. 내 생각에 캐스팅은 꽤 괜찮은 것 같다. 형사도 봤었는데 강동원이 이 역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일단 그런 분위기나 스타일은 나올 것 같다는 것. 다만 대사가 좀 분량이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얼마나 잘 전달할런지는 본인의 연기력에 달렸지만. 그리고 이나영은, 책을 읽으면서 종종 이 책의 대사들이 이나영이 직접 읽어주는 것처럼 실제로 이나영이 연기하는 대사처럼 들렸다. 자연스레 오버랩 되는 걸 보면 이나영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울지 않으려 했는데, 윤수의 아픔이 나의 아픔인 것만 같아서, 유정의 아픔이 나의 아픔인 것만 같아서 눈물이 났다. 이를 두고 연민이라고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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