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죽는다
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홍은주 옮김 / 세계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면 죽는다. 옮긴이의 글을 읽기 전까지 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소설인 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냥 한 정신의학자가 쓴 글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꺼림칙 해 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은 펼친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이유인 즉, 의문과 의구심. 이 책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대체 이 정신의학자는

자신이 실패한 치료 이야기들만 하면서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이 뭐지? 라는 생각에

읽다보면 알겠지, 하고 계속 읽어내려간 것이었다. 그리고 옮긴이의 글을 읽었을 때.

난 바보였다. 그래 이 책은 이미 소설책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는데

나는 왜 그리 바보 같았던지..그래, 이 책은 소설책이다.

이 책의 처음 시작은 1판의 성공에 감사하며 이에 힘입어 2판을 내게 됐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정신의학자의 여동생의 글(고인이 이 책을 쓰고 죽은 후, 유언에 따라

여동생이 책의 출판을 성사시킨다.)과 정신의학자의 글이 나온다.

그리고 8가지 사례들이 나오고 각 사례마다 정신의학자의 사례에 대한 분석과 자신의

견해와 주장이 담겨 있다. 사례들은 대게 비상식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학대자와 먹이로 지칭되는 두 사람이 있다. 학대자는 둘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

그리하여 먹이에게 온갖 횡포를 일삼거나 간악한 술수로 먹이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끔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먹이는 그야말로 사랑의 피해자들.

오로지 사랑했으므로, 그 사람과 헤어질 수 없었으므로, 학대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대게 우리들의 사랑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둘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은 헤어짐을 무기로 먹이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게 된다.

먹이는 발끈 하다가도 상대가 헤어짐을 무기로 위협을 한다면 먹이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번 쯤은 양보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보통 우리들의 사랑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학대자가 괜히 학대자이겠는가! 학대자는 그 한번의 양보로 족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의 사례 중에, 한 여자 학대자가 남자 먹이에게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기를 강요하는데 목적은 그를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고립시키는 데에 있다. 그래야 자신이 조종하기가 쉬우니까.

편지의 내용이란 어머니를 죽음에까지 몰고 가게 한 이야기 이다. 어머니의 자살은 실패로

끝났는데 이 일을 계기로 이 남자가 자신이 무슨짓을 저질렀는지 눈 뜨게 되는 게 아니라

학대자에 의해 두번째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 그 편지 내용이란, 왜 여름에 강에 뛰어드셨어요,

수영도 할 줄 알면서, 뭐 이런 내용들. 그래서 그 어머니는 겨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강물에 뛰어들어 결국엔 죽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들이 8편 실려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분석으로 학대자와 먹이, 그리고 사랑을 빌미로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먹이들의 공포심을 빌어 학대자들이 얼마나 잔인해 지는 가를 이야기 하고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인 문제로서, 이들 학대자들의 목적은 돈도, 사랑도 아니고

한 사람의 영혼, 정체성, 그리고 그의 파멸이므로 법정에서 단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먹이들은 3가지로 나뉘는데, 자살을 하는 사람, 학대자에게 혹은, 제 3자에게

폭력적인 복수를 감행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자신이 자신을 학대한 사람과 같은 학대자가

되는 사람. 마지막 경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더욱 기가 막히는 건 이 사람들이 결국엔 정신의를 찾아와서도 한다는 말이

학대자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신이 학대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대자가 자신을 떠난 것이라며 자책까지 하곤 한다.

대충 이런 내용의 이야기. 정신의학자는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가 말하면서도

에로스가 아닌, 필리아로서의 사랑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쎄,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세상의 많은 정신의들이 주로 환자들에게 당신이 먹이가

될 만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던가, 결국엔 다 자신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인 양, 이 사랑의 피해자가 가해자인 양

되어 버려 오히려 학대자들이 더욱 활개 치기 좋은 환경으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글쎄다..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일부, 정말 진실로 한 사람의 영혼까지

파괴해 버릴 정도로 지독한 사랑을 하는 학대자들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하나 같이 피해자들이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아니, 영혼까지 갈 것도 없다. 그냥, 자기 존중의 결여라고나 할까.

그리고 한번 더 뒤집어서 생각하면 정말이지 가엽기도 하다.

학대자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아가면서까지 오로지 사랑 받고 싶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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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6-08-2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