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읽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리뷰를 쓰려고 하니 막상 이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 이 부분! 이러면서 모서리 끝을 살짝 접어놓지 않았다면 리뷰조차 쓰지 못할 뻔했다. 이래서 어른들이 하는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데일 카네기는 이미 경고했던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라고.

데일 카네기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워낙 유명한 책에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는 고약한 습성 때문에 이 책을 인제야 읽었다. 그리고 그러한 책들이 늘 그렇듯이 그렇게 유명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은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재능을 일깨워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게 그 재능을 일깨워 준다고는 해도 이 책이 각자에게 의미 있는 책으로 남을 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는 행동력에 달려 있다. 알면 뭐하겠는가. 본인이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 처세술인 것을.

대충은 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기에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보게 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소크라테스의 비결을 활용하라' 편에 보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바로 이 "네"라는 반응이 청중의 심리 상태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니오"는 무엇을 이끌어낼까?
바로 인체의 모든 기관이 한데 어우러져 육체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지금 당장 소리 내어 말해 보아라. "네"라는 말을 할 때의 몸의 상태와 "아니오" 라는 말을 할 때의 상태.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니오" 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면 안 되는지. "네"와 "아니오" 사이의 신체적 변화처럼 바로 이렇게 즉각적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방법!
여담이지만 유연하게 돌아가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네"를 반복하게 하는 것. 이거 사실은 내가 예전에 동생 혼낼 때 자주 쓰던 방법이었다. 동생은 내 질문에 "네""네" 하면서 대답하는 사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고 용서를 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론을 다룬 책이기에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주문하는 내용이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대목은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그중에서 사람에 대한 분석 중, 사람은 누구나 동정받고 싶어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세상의 3/4은 동정심에 굶주려 있다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늘 아프다며 징징거리는 사람, 세상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사람 등등. 늘 사람은 누군가의 동정과 이해를 갈구하기에 그것을 제공해 주면 인간관계가 한결 수월해질 거라는 것이었다. 동정받은 사람은 자신의 아픔을, 어려움을 알아주는 것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되어 있으니. 문제는...너무 노골적으로 그런 걸 요구하는 걸 보거나 정말 오로지 자신만이 세상에서 제일 아프고 힘들다는 사람들을 보면...저 사람이 무엇을 요구하는 건지 알겠으면서도 절대로 그걸 제공해 주고 싶어지지 않는 나의 악마적인 마음이겠지.

바로 이 대목에서 인간관계론의 함정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라,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우리 자신도 원하는 것이다. 물론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이긴 하지만 그러한 방법론 이전에 나 또한 인정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그 마음이 바로 우리네 인간관계의 장애물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 해 나가려면 나 자신을 버려라??? 자신의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며 인정해주는 것. 이건 뭔가 인간관계론의 영역이기보다는 의식혁명 수준의 영역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즈니스 상이나 외교적 사안에는 의식혁명의 수준이라기보다는 수완의 문제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궁극적으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람을 조종하고 움직인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서로 잘 어우러져 지내기 위해 인간관계를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싶기에.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의미는 바로 글이 되어 서평으로 쓰이는 내용이 아니라 읽으면서 아,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며 내 가슴 속에 새긴 말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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