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
나는 바로 이 시적인 표현이 싫어서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우리 청춘엔 낭만이 없을 정도로 너무 아픈데, 이런 낭만적인 타이틀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굳이 관심 가지지 않았다고 할까.

어느 날, 은행에 갔더니 은행 한 쪽에 작은 도서관이 있더라. 그 날은 은행이 좀 붐비는 날이라 난 시간을 좀 때워야 했고 때마침 이 책이 있길래 대체 이 짜증나는 낭만적인 타이틀의 책에 뭐가 있길래 베스트 셀러로 이름이 높은지 한번 읽어보자 싶었다. 뭐 어차피 그냥 대충 한번 보고 싶었던 거니까 정말 대충 읽었다. 그때 한 반 정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잊었다.

9월 초, 나는 대학 시절 알던 동생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 바로 이 책이었다. 은행에서 잠깐 보다 말았지만 나름 괜찮은 책인 것 같다고 느꼈고, 또 뒷 부분도 궁금했기에 반갑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읽어 본 이 책.

우선 단점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이 책은 낭만적이었고 심지어 대상 독자의 폭도 좁았다. 위로 받고자 빼어든 책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여지도 없잖아 있다고 할까. 그래도 자신이 대상 독자층 안에 있다면 상당히 유의미할 수도 있는 책이었다.


프롤로그에 저자는 이십대 초반, 그 청춘에 대해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시기, 자기연민, 나태를 낭만이자 로망으로 미화, 무척 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인생 전반을 놓고 바라볼 때는 너무나도 바보 같은 결정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야지만 알 수 있는 정말 아까운 시간들이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내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틀을 깨기가 무척 어려운 시기. 그걸 알기에 저자는 조금이라도 청춘들에게 힘이 되고 자극이 되고 싶어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한 것은 재테크에 대한 부분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적금에 드는 개그맨은 뜨지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 당장의 돈 몇 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것을 주문한다. 늘 주경야독을 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돈 문제가 늘 고민이었고, 먹고 살기 힘든 상황 속에서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가를 잊지 않는 것은 계속 꿈꾸기 위해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가를 잊고서 오로지 돈을 위해 돈을 버는 것과 무언가를 위해 돈을 벌어 놓고서는 정작 그 무언가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 것. 이 두 가지가 내가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이었다.

바로 오늘만해도 이런 일이 있었다. 어제 추가 접수한 KBS한국어능력시험 대비를 위해 서점에 책을 사러 갔는데 책 값이 기본 3만원이었다. 수험료가 2만원이었는데 책 값은 기본 3만원이라니. 내가 사고 싶었던 책들은 3만원 3만5천원 이렇게 하길래 이걸 살까 말까 무척 고민했다. 집에 국어능력인증시험 책은 하나 있는데 그냥 이 책 보고 공부할까 싶기도 했고. 결국 책을 사기는 했지만 조금 싼 책으로 골라서 샀다. 늘 이런 문제가 힘들다. 내가 쥐고 있는 돈은 한정적인데 이 돈으로 집세도 내야하고 생활도 해야하고 갑자기 뜻하지 않은 일로 큰 돈이 들어가기도 하고...이런 와중에도 그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실패할지도 모르는 내 꿈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 그게 어려운 거지.

나에게 있어 작년은...슬럼프였다. 실패했다는, 내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리고 나태해졌다. 내가 나태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부패해가고 있었고 저자의 말대로 내 영혼과 육신이 슬퍼지고 있었다. 슬럼프일 때 이 슬럼프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허공을 딛고 날아오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나를 끌어올려 주지 않는다. 스스로가 갈구해야하고 노력해야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가. 그걸 하지 못해 슬럼프가 온 것인데...그것만이 나를 구할 길이라니.

사실, 나는 이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구원을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국엔 내가 허공을 딛고 날아오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었다고는해도 그 허공을 딛고 날아오른다는 거,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 슬럼프에서 벗어나고자 더 발버둥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냥 때가 되면 날아오를테니...하면서 나를 더 나태 속에 내버려 둔 것은 아닐까....라고 이제서야 생각해 본다.

이처럼 슬럼프에 빠지면 참 극복하기 힘들다. 이제는 슬럼프를 예방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운동도 좀 하면서 몸의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혼자만 놀지 말고 사람들도 좀 만나고. 뒤돌아 보면 나는 가장 바빴던 시기에 가장 많은 일들을 해 냈었고, 그 시간들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에만 치여 공부에만 치여 지낸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속에서 일과 공부, 사생활, 여가시간 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라도 이것저것 하려고 하고 몸도 좀 움직이고 사람들과도 교류하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서태지 아카이브 라디오 녹취록 쓰는 재능기부도 한 것이었다. 바쁜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바쁘니까 오히려 더 신경써서 하게 될거야, 지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안 하게 될거야, 라는 생각에 참여했었고 힘들긴 했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구절구절들에 고개를 끄덕이고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최승자 시인의 <삼십 세> 中)

그랬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왔다. 서른을 맞이하며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과 그렇다고는 해도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 이 속에서 서른 살은 왔고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어 계속 꿈꾸기로 했다. 내게 이 노력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냥 꿈꾸는 그 과정 자체를 살아가기로 했다. 내가 서른이 되어 얻은 것은 바로 이런 여유아닐까. 이십대, 무언가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던 나. 그렇게 처참히 깨지며 슬럼프 속에 나태와 부패로 내 영혼을 망가뜨리기만 했던 내 이십대.

모두들 'passion'을 꿈꾸지만 'passio'만을 맛보는 시기. 이 아픔들이 곧 열망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들이 진정으로 아픈 이유는 이러한 아픔의 시기가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프게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열망 때문인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틀을 뒤로 한 채, 저자는 열망에는 아픔이 따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 비판거리를 제공했다.

이덕일씨의 강연에 갔더니 한국인의 '한'의 정서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더라. 그것은 사필귀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리 시대의 청춘에 대해서 아픔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시대 청춘들의 가슴엔 아픔이 아니라 한이 가득하다. 지금 청춘들은 열망으로 인해, 그 열망을 이루기 위해 아픔의 시간을 겪고 있기에 아픈 것이 아니다. 어떠한 아픔으로도 그 열망을 채울 수 없기에, 이룰 수 없기에, 그 이룰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아픔들이 가슴에 한이 되어 쌓이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언제까지 이런 낭만적인 말로 그 책임을 청춘들에게만 떠 안길 것인가.

이 책이 조금만 더 청춘들의 아픔에 대해서, 그 근원에 대해서 봐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시대의 청춘, 저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하게 자신들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여전히 아플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 점을 조금만 더 알아주었다면, 그리고 책임 있는 어른으로서 그 개선에 대해서도 고민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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