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3.0 -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장의 도래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마켓3.0을 드디어 읽었다. 그동안 내용이 많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 책을 조금 늦게 읽은 탓인지 마냥 새롭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실현해보라고 하면 만만치만은 않은 것이 마켓 3.0 시장일 것이다.

마켓 3.0 이란 과연 무엇인가. 1.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거래지향적이었고 주로 판매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관계지향적이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3.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영성을 요구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3.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어떠해야 할까. 저자는 3.0 시장의 기초요소로 협력마케팅, 문화마케팅, 영적마케팅을 들고 있다. 협력 마케팅이야 오늘날처럼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고, 문화마케팅은 바로 오늘날과 같은 사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데 여기에 바로 세계화가 등장한다. 세계화의 물결로 인해 오히려 민족주의나 지역성이 더 강해지는 현상, 바로 세계화패러독스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오히려 문화마케팅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적마케팅이란 매슬로우의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사람들의 세상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뒤집힌 매슬로우의 피라미드라고 하겠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초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야 자기실현의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며 자신의 창의성을 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피라미드는 애초부터 뒤집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 뒤집힌 피라미드의 세계, 그 속에서 마켓 3.0은  꽃피울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마켓 3.0 에서 마케팅의 무기는 브랜드 포지셔닝인 것 같다.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는가, 브랜드가 표방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책의 후미가 가면 환경 마케팅, 지속가능성 등이 나오며 바디샵 등의 예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이들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켓 1.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4P로 대표된다. 4P란 상품(product), 가격(price), 판촉(promotion), 장소(place)이다. 여기에 점점 사람(people), 공정(process), 물리적 환경(physical evidence), 여론(public opinion), 정치적 권력(political power)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점점 더 많은 P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전술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1.0 시장과는 달리 2.0 시장에서는 저수요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마케터들은 이제 그 중심을 제품에서 고객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STP, 즉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타깃 설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이 개발 되었다.

내가 대학에서 마케팅관리 수업을 들었을 때, 우리 교수님께서는 STP를 설명하시며 자기는 여기에 "B"를 더하고 싶다고 하셨다. 여기서 "B"란 바로 브랜드 포지셔닝이었다. 책에도 없는 내용을 굳이 만드셔서 우리에게 STP가 아니라 STPB라고 알려 주셨던 교수님, 역시 그 분은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이다. 마켓 3.0 시장에서는 바로 이 "B"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B"는 단순히 전략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았던가. 3.0 시장에서는 영성을 요구한다고. 고객들은 이제 이들 브랜드 포지셔닝이 얼마나 진실한가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객이 최우선이라고들 하지만 그것이 정녕 진심인지, 기업 가치로는 신뢰와 책임을 내세우지만 경영진들이 진실로 그들의 책임과 신뢰를 다 하고 있는지, 사회 봉사를 기업 가치로 내 걸고 있지만 그들이 정말로 꾸준히 사회에 대한 봉사를 행하고 있는지 등 고객들은 이제 해당 기업이 그들의 영성까지 채워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한가지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데 기업 중역들의 58%가 브랜드 가치와 문화를 직원들의 핵심 동기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MBA 졸업생 가운데 50%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충실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면 연봉 삭감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요즘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위해서 일하기를 원한다.
여기서 문득 든 생각은, 이건 비단 3.0 시장만의 특색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세대를 되돌아보면 그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나라 경제, 산업 발전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가며 일해 오셨다. 그러던 것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어떠한 가치 보다는 물질적인 측면, 안정적인 측면에서 일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이제 다시 지구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가 양극화 되면서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어찌됐건 분명한 건, 이제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가치들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3.0 시장은 이처럼 불안정한 세계 환경 속에서 탄생했고, 그러하기에 3.0 시장은 이러한 세계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빈곤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더 이상 수요를 개발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수요층이 되어줄 수 있는 빈곤층들, 3.0 시장에서는 이러한 빈곤층을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제활동을 통해 세계 빈곤 해소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바로 유엔의 MDG가 나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 속에서 MDG가 나올 땐 조금 놀랬었다. 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란 유엔에서 2000년에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정치외교를 복수전공 한 나로서는 이 MDG가 낯설지 않았고 나 또한 기업과 NGO의 중간 지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기에 마켓 3.0 시장에서의 마케팅과 MDG의 연결은 꽤나 자극적이었다. 물론 공정무역 등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세계 빈곤 해소에 기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마케팅 서적에서 MDG 목표들과 연관하여 마케팅을 논하고 기여도를 논한다는 것은 조금 신선했다고 할까. 게다가 이 책 속에 나와 있는 인재 유형 중 나는 '풍요로운 유산'타입(기업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추구하는 직원)의 사람이었고 이런 사람들은 자사 제품을 저소득층에게 판매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기업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로써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다만, 그래서 나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남긴 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내가 가진 가치를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 그러한 연결고리가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그래, 우리 모두는 분명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지금 이 시각에도 모두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켓 3.0은 마케팅 서적인 동시에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