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새 책을 받으면 늘 앞 장을 훑어보고 뒷 장을 훑어보며 대충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을 잡는다. 그리곤 목차를 훑어 내려가는데 목차를 보면 대충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목차 맨 마지막엔 "정의와 공동선"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이것이 정의다!하고 명료하게 정의를 내려주진 않겠지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 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공동선일 것이다.

여기서 공동선이란,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최대의 이익인가?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 권리인가? 아니면 칸트의 정언명령? 롤스의 무지의 장막 뒤에서의 선택인가. 이 책의 마지막엔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가 고민해야 할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끝끝내 이것이 정의이다, 이것이 공동선이다, 라고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스스로 정립해야 할 가치와 그 가치 기준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정의로서 지키고 무엇을 공동선으로서 이뤄가야 할 지를 고민하게 해 준다. 

책을 처음부터 훑어 보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했던 생각들, 느낌들을 책을 읽은 순으로 늘어 놓아 보자. 우선, 이 책은 참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정의를 고민함에 있어 좋은 삶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저자는 맨 처음 공리주의를 들고 나온다. 최대의 행복, 이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이 공리주의에 대해서 늘어 놓은 저자는 이내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의 행복, 권리, 자유가 희생당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저자는 자유지상주의를 설명하고 자유지상주의가 가진 한계를 논하기 위해 칸트, 롤스 등이 잇따라 나오게 된다. 이런 이론들의 향연 속에서 독자들이 혹여나 어려워하고 지루해할까봐 동성애, 소수집단우대 등의 이슈들을 끌어 와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러한 이슈들과의 연관이지 않을까. 차라리 그냥 이론들의 향연에 그쳤다면 이 책이 그렇게까지 어렵고, 고민되는 책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칸트의 이론은 내게 꽤나 매력적이었다. 어떠한 선한 행동을 함에 있어서 이익을 바란다거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연히 그러해야 함으로 행하는 선이란 꽤 매력적이었다. 내가 도로 가에 있는 돌맹이를 치움에 있어서 어떠한 이유나 이익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으레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치웠듯이. 하지만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선행을 행한다. 마땅히 그러해야 하기에 도덕적일 때도 있는가 하면 남의 눈을 의식해 그럴 떄도 있다. 물론 남의 눈을 의식해서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러하기 떄문에 선을 행하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타인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탓일까, 이 도덕 판단의 기준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가치들이 충돌하곤 한다. 바로 살인자에게 내 친구의 위치를 알려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내 고향을 폭격해서라도 적군을 물리쳐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등이다.

매킨타티어에 따르면 바로 이러한 고민은 우리가 서사적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삶 속에서 내가 속한 이야기와 타협할 때만이 내 삶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소속감, 연대의식과도 연결된다. 분명 우리에게는 연대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애국심이라는 것이 있고 우리나라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며 우리 선수가 불리한 판정을 받으면 함께 울분을 느껴준다. 하지만 우린 때로는 우리 조상들이 했던 잘못에 대해 우리가 죄값을 치르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순간, 우리는 우리를 서사적 존재로부터 분리시켜 버리고 현대의 개인주의로 돌아선다.  

칸트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바로 이 서사적 존재라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자신을 사회적, 역사적 지위와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고 과거의 잘못들에 자신은 죄가 없다는 발상이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우리가 독일인과 일본인을 달리 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롤스. 나는 롤스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아마도 롤스가 아니라 롤스가 했더 한 마디였을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유리한 조건을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한에서 자신의 유리한 위치를 정당화 할 수 있다." 롤스는 뭔가 좀 유연한 사상가였던 것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조건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최적해를 도출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이랄까.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고 자신의 신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이론으로써 널리 통용될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최적해를 찾은 느낌. 그러하기에 그의 정의론은 아직까지는 좀더 평등한 사회를 옹호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요약하면, 이 책은 구성에 있어 한 가지 이론을 설명하면서 그 이론에 대한 한계를 지적, 그 한계점에서 또 다른 이론을 제시하며 독자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강의에 기초한 책이라 그런지 아주 흡입력 있는 구성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칸트, 롤스, 매킨타티어의 이론이 매력적이었고 이 책의 결말은 결국엔 공동선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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