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본 사람들은 믿기 힘들겠지만...난 이 영화 뭐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
당최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해국과 검사의 애증관계도 재밌었고 영화 시간이 긴 것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애초에 기대가 없었기에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만 볼 수 있었는지도.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장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 여자가 별로던데...영화를 보고 있을 땐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던 숨은 주인공이 바로 이 여자였는데...뭔가 포스가 좀 부족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그럴 듯한 미소만 짓는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닌데...뭐 그 점이 좀 아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이었던 것은...거의 초인처럼 나오던 유해국의 아버지...그 사람은 정말 자기가 오로지 선하게만 살다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느 날 하루 쯤은 나도 악마가 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을 수 있고..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도 착하게 살아야지..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지..이런 게 아니라 애초에 자신은 오로지 선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에서 왠지 걱정된다 싶었다. 그런 사람이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실제로 그는 무너졌고 그 이후 그는 설 자리를 잃었다.
악으로는 악을 이길 수 없다. 유해국의 아버지가 선인일 때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악인이던 형사를 누르고 있었고 이 악인에게 대우도 받으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악해지던 순간, 그는 더 큰 악의 먹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악은 어떻게 눌러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정의일 것이다. 바로 유해국이 그 마을에서 해야만 했던 일은 잘못된 일을 바로 잡는 것,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영지가 감독이 집어넣은 반전이었던 것 같은데...오히려 이 깨끗하고 명료한 주제 앞에 영지의 묘한 계략을 암시함으로써 이를 퇴색시키진 않았나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찌보면 이것이 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도 정의를 울부짖으며 무언가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이면엔 또 다른 이의 이해가 걸려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이 영화 속의 영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감독에 대한 평이 갈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