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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키스하라 - 젊은 직장인들에게 보내는 라이프 레슨
수브로토 바그치 지음, 안진환 옮김 / 멜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의외의 책이었다. 뭔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흔히 있는 그런 자기계발서 일 줄 알았다. 한 사람의 자전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책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책 디자인이 너무 이뻤나??
이 책은 인도의 IT서비스 회사인 마인드트리의 공동설립자인 수브로토 바그치라는 사람의 성공스토리, 그 속에서의 깨달음 등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우수한 학생이었던 그의 첫 사회생활을 실패라고도, 성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일전에 CEO 특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CEO라는 사람들은 꽤나강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상황에서도 무섭지가 않고 두렵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있는 용기, 그러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 CEO.
피터드러커 자서전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역시 그 배경, 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드러커에게는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늘 욕을 하며 싸우던 치과의사였음에도 정작 치료를 받을 때는 그 치과의사에게 간다. 왜냐면 그가 가장 훌륭한 치과의사니까. 이런 할머니를 보며 드러커는 경영학자로서의 합리적인 사고를 익힌 것은 아니었을까.
마친가지로 수브로토 바그치에게는 그에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대해서 알려 준 형이 있었다. 형의 강의실을 훔쳐 본 어린 동생에게 그 형은 어린 동생에게 넌 몰라도 돼, 라며 무시를 한 것이 아니라 경제학 지식 전반에 대해서 알기 쉽게 알려 준 형이 있었다.
나아가 세상과 키스하라던 바그치 어머니의 유언. 그 유언대로 그는 그의 삶의 경험을 많은 젊은이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강연을 했고 책을 냈다. 그런 그의 마음이 내 마음에도 와 닿았는지 이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와는 달리 애초부터 가질 수 없었던 명석한 두뇌라던가, 그를 배움의 길로 인도해 주었던 선배와도 같은 존재들이 부럽기도 했고, 이런 결핍감에 과연 내가 열심히 한다 한들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 이건 어느 책을 읽나 다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이런 책은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내지 않는 책이니까.
"우리 삶은 강과 같다. 강줄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강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고 초조해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강은 그저 잔잔히 흘러갈 뿐이다. 쉼 없이 여행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만나는 모든 이들과 유익한 관계를 맺어 나간다." -p92
위의 구절에서 포인트는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는 늘 인생을 강줄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고, 아니 우리가 멈춰있고자 해도 흐르기 마련이라고. 나는 늘 시간을 견디려 했다. 그러면 뭐든 다 흘러 갈 것이라고. 언제까지나 괴롭고 힘든 것만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이 또한 견뎌만 내면 다 지나갈 일이라고. 그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 유익한 관계를 맺어 나가야겠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나 하나 지탱하기에도 버거워 그렇게 꼼짝않고 가만히 견뎌내고만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물은 흐르고 흐르며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어떤 이들은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기도 한다. 이 세상은 바로 그들 덕분에 돌아가는 것이다." -86
뭔가 서글픈 말이다. 그렇게 더 많은 것을 주는 이들 덕분에 돌아가는 이 세상은 결코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점점 억울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먼저 베풀기 전에 내가 베풀었을 경우 과연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영악함만 늘었다. 참.,..나도 생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아니 생각이 변했다기 보다는 나도 많이 지쳤다는 것을 느끼는 대목인데, 몇년 전이라면 내가 잘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결국엔 돌고 돌아 다 나에게로 오게 되어 있다고 믿으며 내가 좀 손해보고 살더라도 그리 억울해 하지 않았는데..지금은 그래봤자 결국엔 착한 사람들만, 양보하는 사람들만 손해보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으니...그래서 나도 좀 내 몫 챙기며 살아보자는 생각이 더 강해졌으니...뭔가 마냥 세상 탓만 하고 싶으면서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남아 있으니...이러니 내가 살이 찌겠느냔 말이지. 훗.
"미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리가 갈망하는 미래와 숙명적인 미래. 그리고 인간의 이성은 그것을 분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p76
이 말은 내가 갈망하는 미래가 곧 나의 숙명적인 미래라는 것일까. 내가 갈망하는 것과는 별개로 숙명적인 미래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일까. 이 구절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냥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갈망하는 미래가 나의 숙명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고. 이미 그렇게 가도록 정해진 길이지만 인간의 이성이 그것을 분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그 숙명적인 미래를 내가 갈망하는 미래라 착각하며 그 길로,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