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크레인 - City of Cra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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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춤을 추는 남자가 있었다. 동료들과 떨어져 나와 길을 잃은 두루미가 있는 동물원 앞에서 학춤을 추는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와 두루미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이 남자, 예진의 동물원 리포트 도중 우연히 마주쳤다. 도망치는 남자와 이를 필사적으로 뒤쫓는 예진. 이를 계기로 이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를 찍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마붑. 마붑은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가 다큐멘터리도 찍고 영화배우로도 출연하는 등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본인이 이주노동자이면서 감독이자 배우인 마붑과 리포터이자 학춤을 추는 바타르씨를 찾은 예진. 이 둘은 서로 끊임없이 삐그덕거린다.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마붑과 예진의 갈등은 대부부분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풀어가고 있는데 이 소통은 마붑과 예진 간의 소통의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마붑과 예진이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자세,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된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바로 예진이었다. 이주노동자 영화라고 해서 대부분은 마붑의 위치, 역할 등에 관심을 두기 마련인데 나는 오히려 예진이 눈에 띄었다. 바타르씨를 찾기 위해 인터뷰를 딸 때, 오히려 예진이 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한다. 바타르씨뿐만 아니라 바타르씨 주변의 인간관계도 궁금해하며 바타르씨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자 한다. 그리고 직접 이주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끈질기게 물어대는 마붑씨와는 달리 예진은 그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한다. 바타르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을 때에게 이제 그만 촬영을 접자, 아무 의미 없다 라고 하던 마붑과는 달리, 그래도 이건 의미가 있는 거라고 끝까지 바타르씨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 한 것도 예진이었다.

나는 감독이 일부러 이런 설정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은 바로 이런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시선이, 태도가 이래야 한다고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지 않았을까. 흔히 생각하기를, 우리의 상식에서는 아마도 마붑과 예진의 역할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흔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서로 소통하게 되고 성장하고 되고 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어떠한 완성본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 이런저런 제도에 대해서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이지 않을까. 그냥 국적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그들을 존중해주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이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보아야 하는 점은, 이주노동자들의 위치가 어떠냐하는 것보다는 그런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인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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