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기대를 했었다. 폐쇄된 섬에서 어떻게 환자가 사라질 수 있었을까. 과연 저 섬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나도 범인이 찾고 싶었고 섬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영화는 범인 따위는 찾을 생각 없고 비밀 따위도 파헤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냥 아, 저거 나중엔 테디가 정신병이었다고 끝나겠구나.

그래도 처음엔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된 것일까를 고민하며 역추적해가며 재밌게 봤더랬다. 이후 영화가 점점 테디의 정신병을 확실시했을 땐 이미 흥미를 잃었었다. 흥미를 잃었음에도 계속 영화를 주시했던 건, 그래도 뭔가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저렇게 테디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도 하나의 트릭이다. 음모다. 테디는 저 덫을 빠져나와야만 하고 또 빠져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테디는 그동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제적으로 뇌수술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선만을 지킨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뇌수술의 위험 앞에서는 자신의 병을 인정했고 그 고비를 넘기면 다시 자신만의 연극에 들어간다. 그가 나지막히 읊조린 것 처럼 괴물으로라도 살아가기 위해서 그는 끊임없이 이 연극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 속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트라우마이다. 이 트라우마를 회피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세상 속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 속에서 늘 쾌활한 나와 혼자 있을 때 한없이 참호를 파고 있는 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만을 위한 연극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바로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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