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바타를 봤다. 기대감이라기보단 조금의 궁금증이 있었다. 스토리보다는 그 영상에 대한 궁금증. 영상은 상당히 볼 만 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도 저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아름다운 것을 볼 때의 감정이었다. 무언가 새롭고 획기적인 것을 볼 때의 경이로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리니지2, 워3 같은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화면들이 새로울지도 모르겠지만 리니지2를 해 본 나로서는...음...저거 페어리 계곡 같이 생겼네...저 동물들은 **같이 생겼네..하는 생각들이 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들이 유효했던 것은 스피드, 역동성이지 않을까.

영상 못지않게 이야기의 흐름도 빨랐다. 사실 이 점이 난 마음에 들었다. 대개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 시작할 때 장황하게 썰을 풀기 마련이다. 과거 어떤 시점에 어떤 일이 있어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뭔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들려는 작업. 그런 작업이 생략된 채 영화는 바로 나비들의 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려한 영상들. 초반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흡 그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3시간이 지루하지 않다라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고.

영화를 보면서 화려한 영상에 빼앗겼던 내 혼이 잠깐 돌아오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제이크가 네이티리에게 나비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였다. 그 때 그녀가 그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던 자연을 느끼는 법, 교감하는 법 등을 보면서 잠깐 내 혼이 돌아왔었고, 그녀가 아이와를 두고서 아이와는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맞출 뿐이라는 말을 했을 때는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는 당연히 거론해야 하는 이야기이고 그러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난 그런 걸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소수라는 점에서 식상해도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식상함에 대해 한마디 더 하자면 인간에 대한 설정도 식상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설정이 또 좋더라. 아, 인간이란 어쩜,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 제이크가 인간인 자기 윗 사람을 배신하고 나비들의 편을 들었을 때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타문명을 침략하는 것이 대부분 인간들의 습성이지만 이런 경우 반드시 그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인간이 극소수라도 있다는 것-이것은 거의 모든 예술작품의 설정임-이 지극히 식상한 설정임에도 감동스럽단 말이지.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런 극소수의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마지막으로, 인간의 문명이 고도화되면 인간 또한 다시 원시시대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인간들의 미래사회를 그려볼 때, 고도화된 기계 문명을 그려보기 마련인데 나비들의 문명은 그 모습은 원초적이면서도 그들의 데이터처리 방식 등은 그 어떤 문명 보다도 고도화되어 있었다. 인간들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매개, 절차들이 너무나 많지만 나비들은 그저 한번의 교감으로 모든 게 끝난다. 그리고 자연을 믿고 신뢰하고. 이것은 원시시대의 샤머니즘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간들의 문명도 고도화되면 눈에 보이는 각종 장비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교감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현재 인간들의 첨단기술은 따지고 보면 모두 자연법칙, 현상에서 따 온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도구의 발견이 인간의 진화가 아니라 퇴화의 시작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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