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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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님께서 책을 내셨다기에, 이번에도 챙겨 보았다. 이 책은 그간 집필하셨던 책들의 연장선에 있는데 다르다면 그 동안은 드라마나 영화, 시류 등, 각종 매체들을 통해 현 한국 사회의 트렌드와 이런 트렌드가 형성된 배경이라든지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한국인 그 자체, 그리고 그들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작은 거창했다. 한국인들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 하다 보니 이건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기사 몇 줄과 인터뷰 몇 구절 등, 이런 것들을 짜집기 했더라.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정보들은 객관적으로 제공 된다는 데에 있겠다. 이를 근거로 해서 봐라, 이거다, 이러지는 않는다는 게 다행이긴 했지만 한국인에 대한, 그리고 그들간의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현 세태와 정치판,사회현상 등에 치중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다를 게 없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 이라는 책과. 그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키워드가 대중문화였으면 이 책에서는 사랑, 욕망, 청춘, 진실 등을 키워드로 내세워 각각을 또 세분화한 낱말들을 키워드 삼아 또 똑같은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는 전체적인 사회 현상을 주로 다루었던 반면, 이 책은 정치 이야기가 좀 심하게 많다 싶었다. 가장 심하다 싶었던 건, 배신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배신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나, 전반적인 관계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호남인들의 배신감을 크게 부각시켜서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건 배신에 대해 논하고 있는 건지, 전북대학교에 있는 강준만교수님께서 호남인으로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논하고 있는 건지 잘 구분이 되질 않았다.

이렇게 종종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자가 앞에서 걱정했듯이, 역시나 아직은 저자의 역량이 부족한 듯 싶다. 크게 보고 크게 이야기 하자던 그 취지를 잘 살렸으면 좋았을텐데. 내공 부족이다. 그냥 '대중문화의 겉과 속' 4편을 내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일수록 그 기록의 어려움과 가치 또한 지닌다. 강준만 교수같이 그 분야 전문가가 이런 소모적인 작업에 신경을 써 주고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기다려지는 책이지만 이번 책은 좀 오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읽었던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에 강준만 교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정말이지 강준만 교수는 얼마 있지 않아 좋은 기회만 생긴다면 정치인으로 전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치에 대한 불만과 배신감이 가득한 것 같았다. 여하튼,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보다 그 저자의 신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은.

그래서 내가 내린 이 책에 대한 결론은,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 그리고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논하겠다 했지만(이 목적만 따진다면 그리 주관적일 필요가 없다.) 정작 이 책은 강준만 교수가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이 아닌, 강준만 개인의 생각들 말이다. 이래서 지식인은 무섭다. 자신의 생각을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대중들에게 전파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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