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자서전
피터 드러커 지음, 이동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피터드러커 자서전이라고 하는 이 책에 정작 피터드러커 자신에 대한 기술은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다른 이들에 대한 서술을 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을 내비치는 방식을 택했다. 자서전에 대한 이러한 방식은 스스로를 관찰자라고 칭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 속에서 가장 피터드러커에 대해 잘 설명해 주는 글은 그가 스스로 개정판을 내며 쓴 글이다. 그 글 속에서 그는 크리스마스 일화를 들어 스스로를 관찰자라 칭하는데 이 일화 속에는 관찰자로서의 피터드러커뿐만 아니라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자에 대한 자질까지 엿보인다. 이 일화 하나로 바로 피터드러커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관통해낸다.  

 이 책 속에는 피터드러커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 기술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 아, 나는 이 할머니가 너무 좋다. 그의 할머니는 참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쓸모없게 된 물건들을 은행 계좌에 넣어달라고 했던 할머니는 거절당하자 그 지점의 계좌를 없애 버린다. 그리고서는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 계좌를 개설한 후 물건들은 집어 넣지 않는다. 왜 굳이 같은 은행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 은행이 좋은 은행이니까라고 답한다. 그러면 왜 다른 지점에는 물건들을 맡기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 지점에서는 자신에게 빚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할머니의 생각에는 오래전부터 거래하던 지점은 자신에게 빚진 것이 있었고, 때문에 자신의 물건들을 맡아 줄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일화를 보면서 파울로 코옐료의 호의 은행이 떠올랐다. 이 할머니는 인간관계 속에 서로 주고 받은 호의까지 거래의 대상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마찰을 빚은 치과의사에게 계속해서 치료를 받는데 자신과의 마찰은 마찰이고 그 의사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뛰어난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이 할머니는 이성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구별해 내어 그에 맞는 행동을 선택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피터드러커를 생각했는데, 그의 경영학적인 자질은 어쩌면 할머니로부터의 유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피터드러커가 성장해가며 만났던 인물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스레 피터드러커가 살았던 시대의 흐름과 같이한다.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걸 생각하면 저 시대가 불행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피터드러커가 부럽기도 했다. 그들의 세대가 부럽기도 했다. 그들의 윗세대가 전쟁으로 인해 많이 죽었고, 때문에 그 빈 자리를 채워야 했기에 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도 주요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그리고 좀 더 파격적인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참 부러웠다.  

 나치 시절로 들어서면 헨슈와 셰퍼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들에 대한 비유도 인상적이었다. 헨슈는 악을 자신의 야망에 이용하겠다고 한 사람으로, 셰퍼는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결론은 둘 다 그 악의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나치와 손 잡은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유형 중의 하나이지 않았을까?

 버키 풀러와 마셜 맥루안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는데 버키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 하나 없이 황무지에서 40년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비전에 헌신한 사람이었고, 마셜은 비전을 찾는데 25년을 소비한 끝에 자신의 비전을 붙잡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시대가 왔을 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바랬다. 나 또한 25년이 걸리더라도 나의 비전을 붙잡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비전에 헌신할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시대가 왔을 때 그 시대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랬다.

 뒷 부분에 가면 GM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많은 기술을 하고 있는데 피터드러커가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그러하듯이 모두 그 나름대로 의미 있고 또 읽는이에게 시사할 만한 점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은 피터드러커 자서전인 동시에 그가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그가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듯이 독자들도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읽었던 '피터드러커의 마지막 통찰'도 그랬는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그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나 할까. 때문에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읽으면 재밌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만드는 책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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