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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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텐베르크 조선. 구텐베르크라는 이름은 금속활자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되어야 금속활자라고 하면 당연히 우리나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라 사람들은 그 우수성은 둘째 치고라도 널리 알려진 바에 있어서는 고려, 조선의 것보다 구텐베르크의 것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앨 고어의 발언에 영감을 얻은 책이다. 앨 고어는 한국의 정보기술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면서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당시 교황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얻어온 기술"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는 "스위스의 인쇄박물관에서 알게 된 것"이라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할 때 교황의 사절단과 이야기했는데 그 사절단은 한국을 방문하고 여러가지 인쇄기술 기록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친구였다"고 했다. 저자는 바로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이 책을 썼다.

 

 

 이야기는 세종대왕 시절, 훈민정음 반포를 둘러싸고 왕과 신하들이 대립하면서 시작된다.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하루라도 빨리 반포하려는 세종대왕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들. 이 둘의 대립의 초점은 반포 보다는 유포에 초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유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쇄기술이었다.

 

 세종대왕은 대량인쇄를 위해 좀 더 강한 활자를 주조하기를 원했다. 그의 밀지를 받든 것은 장영실. 그리고 그에게는 석주원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이 둘은 명나라에서 국왕의 밀지를 받들던 중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 결과 스승 장영실은 볼모로 명나라에 남게 되고 젊은 제자 석주원은 먼 타국 사마르칸트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야금장으로서의 석주원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여정 속에서 석주원은 구텐베르크를 만나게 되고 본격적으로 인쇄술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서양의 르네상스 속에서 발달한, 아니 그 르네상스를 견인한 인쇄술의 발달과정과 그 속에 더해진 야금장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 경쟁, 음모, 그리고 석주원의 사랑 등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내가 석주원이 되어서 분해하기도 하고 석주원이 이기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전 3권을 손에서 놓지도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렸지만 끝내 아쉬운 점은 석주원이 사마르칸트로 떠난 후, 그 후 조선에 대해서, 그리고 조선을 방문해서 인쇄술을 배워갔다는 그 교황청 사절단들에 대해서 나와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석주원이 끝내 밀지를 받들었습니다라던지, 그 후 석주원은 조선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양과는 별개로 조선에서는 장영실과 석주원이 사라진 이후 어떻게 그 난관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인쇄술을 발달시켜 갔는지 알고 싶었다. 또 이 책에서는 석주원이 구텐베르크 밑에서 향동활자를 주조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조선에 교황청이 다녀갔다는 것에 비추어 보아 이를 암시하는 상황이 그려져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선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명나라를 거쳐 사마르칸트, 마인츠로 이어지지만 끝내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구성상으로라도 교황청 사절단과 함께 석주원이 조선으로 돌아와 당당한 조선인으로서 서양인들에게 인쇄술을 전수하는 장면이 있었더라면 이 책 속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인쇄술에 대한 자긍심을 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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