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사랑이라는 것은 꼭 남녀 간의 연애사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남녀 간의 연애사를 다룬 책이라고 짐작했다. 아무리 험난한 연애라 할지라도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이지 않을까.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상처와 고통,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치유는 사랑을 전제로 한다.




 

 마크 & 니콜 & 커너




 마크와 니콜은 사랑스러운 딸 라일라를 잃었다. 보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아이는 사라졌고, 유괴를 의심했지만 범인은 몸값 요구조차 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끊긴지 5년이 지났다. 마크는 지난 5년 중 3년은 딸 라일라를 찾아 헤매었고 2년은 자신을 벌주기 위해 지하의 노숙자 생활을 해 왔다.

 니콜은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라일라를 잃은 그녀는 오히려 더 일에 매달렸고 마크가 집을 떠난 후에는 에릭이라는 애인도 생겼다. 라일라를 잃은 5년 뒤, 그녀는 길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받았고 이 때, 그를 구해 준 사람은 그녀의 곁에 있던 애인 에릭이 아니라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던 남편 마크였다. 다시 만난 마크와 니콜. 니콜은 지난 5년 간 마크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해야만 했다.




 마크와 커너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절친한 친구사이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함께 의기투합 하여 세계를 가르고 있는 담장을 뛰어 넘어 다른 세계로 가고자 했다. 그들은 커너에게 닥친 불행을 딛고 탈출에 성공했고 뉴욕의 중심에서 성공한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에게 불행이 닥쳤고 이번에는 커너가 마크에게 힘이 되어 줄 차례였다. 커너는 '살아남기'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그 책 속에는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 속에서 상처를 이겨내고 치유해내며 살아남은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커너 & 에비




 한 겨울의 뉴욕, 그 한 복판에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저 가방만 훔치면 추위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권총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소녀는 가방을 훔쳐 힘껏 달아났다. 가방 안에는 환자들의 기록이 들어 있었고 커너는 필사적으로 달려 가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에비, 자기 엄마를 죽게 만든 사람을 찾아 뉴욕까지 온 복수의 화신 이었다. 커너는 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보았고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에비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에비는 가방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그 가방을 통해 자신을 지탱해 주던 책의 저자를 만났고 복수가 아닌 용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낸 에비는 새로운 삶을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었다.






 앨리슨 & 마크




 앨리슨은 부잣집 아가씨이다. 상속녀인 그녀는 끊임없이 언론이 이슈를 뿌리고 다닌다. 하지만 그 이슈의 대부분은 그녀의 사고기록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이다. 그녀는 왜 그렇게 타락하는 것일까. 그녀의 행동은 노숙자 생활을 해 온 마크의 행동과 비슷했다. 둘 다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을 찾아 복수를 하고자했던 에비와는 반대로 스스로를 벌주기로 한 것이다. 앨리슨은 과거 자신의 잘못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자신을 벌주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앨리슨은 마크를 만났고 마크는 오랜 기간 진료를 하지 않았지만 앨리슨과 대화를 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정신과 의사로 돌아가 있었다. 앨리슨은 5년 전, 한 아이를 죽였다. 그것은 사고였지만 그 사고처리는 앨리슨의 아버지가 했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녀가 끊임없이 자신을 벌주는 이유였다. 앨리슨의 이야기를 들은 마크는 앨리슨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 자신이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음에도 그 가해자 격인 앨리슨에게 자기 자신을 용서할 것을 권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마크에게도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앨리슨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가 된다. 이는 에비와 커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살아남기' 속에는 커너의 가슴 속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았다. 커너는 그 가슴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상처를 에비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함께 풀어내게 된다. 마크, 커너, 에비, 앨리슨.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콜. 이 상처 치유를 위한 연극 속에서 그녀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마크에게 해야만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니콜은 왜 커너의 집에서 전화를 걸었던 걸까?

 이 모든 궁금증은 책의 후반부에 가면 밝혀지게 된다. 그 때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니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상처의 치유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 몇 마디로 풀려버릴 상처라면 그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지난 몇 년 간이 한 번의 연극을 통해 끝나게 된 것도 무리한 설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사랑과 치유이다. 그것이 연민이든 애정이든 그 바탕에 깔려 있는 ‘愛’. 이를 바탕으로 한 서로의 상처에 대한 치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기욤 뮈소가 말한 사랑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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