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3대 논쟁
이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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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사 3대 논쟁'이라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3대 논쟁은 사육신이 유응부인가 김문기인가 하는 것과 이이의 십만양병설의 진위여부, 그리고 원균과 이순신의 사후 평가이다.

 이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맞다고 하는 것도 있고 전 국민에게 상식이 되어 있는 것이 실은 거짓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있다. 이 3가지 논쟁에 대해서 자기 입장을 정해 보라. 누가 사육신인지,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고 생각하는지, 이순신과 원균 둘 중 누가 구국의 명장인지.

그리고 들어간다. 책 속으로. 저자가 말하는 철저한 사료분석에 기반한 검증 속으로.

 

 

 사육신은 유응부인가, 김문기인가.

사실 나는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과 한 때 권력자의 뜻에 따라 사육신이 유응부에서 김문기로 변경된 사실, 그리고 이후 다시 유응부를 사육신으로 바로잡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에와서 분명한 사실은 애초부터 사육신은 유응부였고 지금도 유응부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를 조선사 3대 논쟁에 넣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참뜻은 무엇일까?

 사육신이 김문기라는 논란이 생겼을 때, 국사편찬위원회는 권세가의 손을 들어 사육신은 유응부가 아니라 김문기라고 했다. 소신 있는 학자들이 이를 반박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고 또다시 이를 반박하는 글이 실리는 등 당시 논란거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새로 떨어뜨린다는 권력가 앞에 학자들의 외침은 힘이 없었던 것 같다. 이후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지난 날의 잘못을 바로 잡아 다시 유응부를 사육신으로 인정하는 듯 했지만 지난 날 자신들의 잘못을 완전히 바로 잡지는 않았다. 김문기 또한 사육신과 함께 모셔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뜻에 따라 현재 사육신이 모셔져 있는 곳에는 김문기까지 함께 모셔져 있어 사칠신이라 불러야 할 판인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날 자신들의 잘못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고 애매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고 했다. 그리고 사육신의 넋을 기리는 곳에 김문기까지 함께 모심으로써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이 논쟁을 조선사 3대 논쟁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 논쟁은 이이의 십만양병설이다. 이것이 무슨 논쟁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당연한 이 상식을 이덕일씨가 쓴 유성룡이라는 책에서 비로소 논쟁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이 책에서 이재호씨 또한 이덕일씨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데 그 시대의 서적과 실록, 그리고 정황을 살펴 보았을 때,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상식이 되어 있는 그 십만양병설은 어디에서 온 것이냐. 그것은 바로 후세에 이이를 추종하는 자들이 이이를 드높이기 위하여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유성룡의 책에도 나오는 것은 이 이이를 드높이기 위한 일화에 유성룡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진실은 이이가 선견지명으로 십만양병설을 주장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이덕일씨와 이재호씨의 책을 보았을 때,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인 듯 여겨지지만 아직 그 반대되는 입장에서 쓴 책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판단을 유보한다.

 

 

 그럼 이제 마지막 논쟁을 살펴보자.

마지막 논쟁은 원균과 이순신, 누가 구국의 영장인가 하는 것인데 전 국민이 다 위인으로 여기고 있는 이순신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또 왜 나온 것인지 살펴보자.

이 논쟁의 경우, 나는 사실 여부 보다는 이순신을 구국의 영장으로 설정 해 두고 왜 이제와서 이순신 장군이 이런 수모를 겪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로는 뛰어난 장수의 기질을 지니고 있음에도 권력에 의탁하지 않은 올곧은 성격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의 뒤에는 어린 시절 알게 된 유성룡이 있을 뿐이었다. 유성룡은 일찍이 어린시절부터 그를 보아 왔기에 이순신의 진가를 알아 보았고 그를 요직에 등용시켰다. 유성룡이 힘을 실어주기 이전에는 공을 세우고도 한직에 머물 뿐이었다. 이런 그와 든든한 권력의 뒷배를 가진 원균. 게다가 원균과 갈등을 빚은 기록까지 있는 것을 보면 사이가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순신이 구국의 영장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당시 원균 세력이 남겼던 기록과 그 후손들로 인하여 돌아가진 지금에까지 와서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력과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권력에 연연하는 권력가의 모습 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던 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원균과 이순신의 논쟁을 원균을 추종하던 자들, 과거에 동시대 기록을 남겼던 자들과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이를 따르는 자들이 만들어낸 음모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을 수도 있고 좀 더 자신의 입장에 확신을 가졌을 수도, 입장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나는 첫 번째 논쟁에 대해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논쟁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논쟁에 대해서는 이순신 장군의 손을 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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