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아니 재작년부터? 어쩌면 훨씬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벼루고 벼루던 터라 엄청 재밌을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읽고 난 소감은 그다지..재밌지 않았다고 할까.

재미라기 보다는 뭔가 경악, 어처구니 이런 단어가 더 생각났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과 동일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브가 따 먹었다는 선악과에서부터 시작한다. 선악과라고 하면 언뜻 사과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애초에 선악과라고 해서 딱히 정해진 과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과일이라고 언급했던 것을 후에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과에 그 누명을 씌웠다고나 할까. 이 책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사과가 애초에 선악과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 개념에다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 과일 저 과일을 끼어 맞추는 과정에서 선악과의 누명을 쓰게 됐다면 초콜렛이나 핫초코 등은 사람들이 무지했던 탓에 이런 저런 누명을 쓰게 되기도 하고 금지 당하기도 하고 선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미식가들이 즐겨 먹던 음식들이 나올 땐 정말 기겁할 지경이었다. 별의 별 음식이 다 있었다. 그 음식들은 음식 그 자체 보다는 그 음식의 재료와 조리방법 먹는 방법 등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그저 재미로 읽을 수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음식에 얽힌 이런 저런 역사, 에피소드 등을 알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음식 속의 권력에 대해 눈길이 갔다. 일찍이 지도와 권력을 읽어서일까?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힘의 우위에 위치해 있던 민족이 다른 민족의 음식에 의도적으로 불경한 혐의를 씌우거나 지배층이 피지배층의 지배와 억압을 목적으로 특정 음식을 제한, 권장하기도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빵 폭동?에 관한 것인데 이는 마리앙뜨와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지 그래요?라는 말 때문에 더 유명한 일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나는 시민들의 혁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는 빵에 대한, 그야말로 빵 그 자체에 대한 투쟁이었다고 나와 있었다. 우리에게도 지배층이 먹는 것과 같이 희고 속이 말랑말랑한 맛있는 빵을 적정한 가격에 팔아라,가 그들의 요구였다니 말이다. 후에 평등한 빵을 만들자는 노력까지 있었다고 하니, 프랑스 국민들 정말 빵에 목숨거는 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깨달음은 나는 정말 요리를 싫어하는 구나 하는 것이었다.

음식에 얽힌 역사랄까 에피소드 등이 나오면 관심있게 보면서도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조리법 등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나 지루하게 느껴지던지...책 속에 실려 있는 조리법은 단 한개도 읽지 않았다. 내가 이거 만들 일 있겠어?이러면서 그냥 패스~굳이 만들지 않더라도 레시피를 보면서 재밌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그 레시피 읽는 게 시간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하. 이정도면 좀 심각하지 않을까. 어찌됐건, 오래도록 읽고 싶던 책을 읽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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