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권력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 알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서 분명한 것은 지도가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묘사한 기하학적 도식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와 관점을 투영하는 정치적 도구라는 사실이다." -p305

 

 위의 구절이 이 책의 핵심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제국주의가 19세기 후반에 유럽에서 지리학을 학문 분야로 발전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일의 대학들은 1874년 지리학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우, 대학에서 최초로 지리학자가 임용된 것은 옥스퍼드 대학이 1887년, 케임브리지 대학은 1888년이었다. 1892년 파리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리학 강좌가 개설되었다. 이 시기에 지도는 사회와 경제적 요인들에 관한 제국주의적 관점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바람이나 해류 같은 물리적 힘들에 관해서는 관심을 덜 쏟았다. 지도학은 보다 교훈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으며, 머지않아 지정학이라고 알려지게 될, 지리학과 국가 권력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었다." -p148

 

 

 처음에 지도는 뱃길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륙보다는 바다가 중심이 되었다. 무역의 이점을 위해서 지도의 보안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그러다가 신대륙 발견 붐이 일면서 이제는 지도가 국가의 국력이 되었다.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그러한 지도를 만들 줄 아는 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앞서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대륙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국가는 국력이 신장됨과 동시에 지도 분야에 있어서도 앞서 나감으로써 지도에 자신의 이해를 투영시킬 수 있었다. 유럽이 윗쪽에 있는 지도, 자신의 대륙을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낸 지도 등이 있는데 이는 그 자신의 대륙만을 왜곡해서 보여준 것이 아니라, 어떤 기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도가 달라지는 문제였고 자신의 국력과 기술을 앞세워 자신의 대륙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기법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지도는 제작자의 의도와 관점을 투영하는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지도 속의 권력구도랄까, 지정학이랄까 하는 것들이 낯선 분야는 아니었기에 보는데 어려움이 있다던지, 당연한 듯 생각되었던 것이 달리 생각된다던지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도는 유럽이 아랫쪽에, 아프리카가 윗쪽에 위치할 수도 있다. 또 그러한 지도가 나온다고 해도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다만, 일찍이 유럽이 이룩한 성과로 인해 현재의 지도가 보편적이고 알아보기 쉽다는 점에 있어서 지도 속의 권력 구도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지도를 뒤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나라마다 자신의 나라를 중심으로 한 지도를 만들어서 보급할 수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도가 현재 유럽이 윗쪽에 위치한 지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또 각국이 시간이나 단위 등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한 가지 기준을 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도 또한 각 나라가 쓰는 것과는 별개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도로써 현재의 지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다.

 

 

 지도 속의 권력 구도에 대해 고찰해 본 것과 같이 어떠한 사물이든 현상이든 그 사물이, 현상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자리잡고 또 그 속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작업은 흥미로운 것 같다. 굳이 지도를 바꾸자고 하지는 않겠지만 지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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