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을유세계사상고전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데에 앞서 '해제'라고 되어있는 부분을 먼저 읽었다. 해제에는 우리 시대에 왜 군주론을 읽어야 하는지, 공화주의자인 마키아벨리가 왜 군주론을 썼을까, 마키아벨리의 인간성, 시대와 인간 그리고 운명, 마키아벨리 시대의 이탈리아, 마키아벨리의 생애가 실려 있다.
이를 먼저 읽음으로써 어쩌면 선입견이 먼저 생긴 채 군주론을 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마키아벨리라는 인물과 그 시대 정황을 조금이라도 알아 본 후에 군주론을 읽었기에 마키아벨리가 왜 이런 주제로 이런 글을 썼는지 조금 더 잘 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흔히 마키아벨리적이라고 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것이 떠오른다. 그것도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부정적인 의미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뉘앙스인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신의 나라, 백성, 그리고 군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배경에는 백성들을 억압해서 자신의 배만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열되어 있는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외부 국가로부터 침략받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즉,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자신들의 백성의 마음을 잘 읽을 것과 상황별로 적절한 통치 방법을 주문하고 있다. 간혹 정복지의 백성의 경우 억압을 행할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마키아벨리의 초점은 조국인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외교적인 면에서 군주에게 권모술수는 물론이거니와 뒷통수를 칠 수도 있을 것을 주문한다는 것은 거부감이 일 수도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조인한 조약에 대한 성실한 수행을 요구하는 현 시대에 이는 어쩌면 핵문제에 대해 북한이 보여주는 모습과 같은 것을 군주에게 권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와 국제적인 논의가 널리 퍼지기 전, 게다가 정복전쟁이 활발하던 시기에 씌여진 글이라고 한다면 조국의 국권을 지키기 위해서 현실적인 정치를 주문한 마키아벨리를 현 시대에 와서 현 시점으로 무조건적으로 비판한다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다.

 

 가치관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 책을 보자면 이 책은 상당히 잘 씌여진 책인 것 같다.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이 자료를 많이 모을 수도 없었을 것인데 여러 인접국가들의 사례를 분석 비교하고 거기에 마키아벨리 자신의 통찰을 더하여 인간의 본성과 권력에 대한 통찰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통찰은 현 시대에도 유효한 것들도 있으니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글이 군주론인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나의 가치관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글을 읽으면서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런 처신을 할 필요도 있겠군, 아, 글, 인간의 본성이란 어쩜 이 말에 더 가까운 건지도 몰라 라는 등 혼자서 감탄하면서 읽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구절에 줄을 쳐 두었는데 지금 책을 펼쳐보니 이런 구절에 줄이 쳐져 있다.

 

'위대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이 은전을 베풀면 지난날에 피해 입은 것을 잊게 된다고 믿는 것은 기만입니다.'

 

 즉, 나에게 한번 빈정 상한 적이 있거나 크게 마음 상한 일이 있는 사람, 아니 이보다는 껄끄럽게 서로 싸워가며 부딪혔던 사람에게 내가 은전을 베푼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일을 완전히 잊게 된다고 믿는 것은 나의 기만이라는 것이지. 평소 나의 인간관계는 이런 사항들을 무시하곤 하지만 내가 한 국가, 한 기관의 일원으로서 일처리를 할 경우엔 나는 아마도 이 구절을 착실히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우리 국가에 한번 침략을 당했다거나 우리 기관과 라이벌 관계라던가 한다면 결코 말랑말랑하게 지난날에 입은 피해를 잊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 같고 또 그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판 또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하루는 적이 되었다 하루는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은전을 베푼다 할지라도 자신이 지난날에 입은 피해를 잊진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보복정치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겠는가.

 

 그리고 군주에게 백성을 대하는 스킬에 대해서 나와 있는데

 

 '악행은 한번에 몰아서 행해야 합니다. 은전은 한 번에 조금씩 베풀어야 합니다.'

 

 악행을 한번에 몰아서 자행함으로써 백성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줄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악행을 저지르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마키아벨리의 백성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게도 해야 한다거나 사랑받는다는 것과 두려움을 준다는 것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차라리 두려움을 주는 군주가 되라는 것이라던지, 잔인하지 못한 군주는 자신의 전공을 이룰 수 없다라던지 하는 말과 통한다고 하겠다. 즉, 악행을 한번 몰아서 행함으로써 군주로서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백성들에게 두려움을 줌과 동시에 그것을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백성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새롭고 끊임없는 악행으로 인해 그들의 군주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은전은 조금씩 여러번 나누어 베품으로써 백성들에게 그 달콤함을 충분히 맛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간단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 말들 속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군주와 백성과의 관계, 군주로서 보여야 하는 것과 백성들의 심리, 그리고 인간 본성을 고려한 결과 저러한 구절이 나온 것이다. 딱히 저 구절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현 시대에도 일부분은 군주론이 통할 수 있는 것일테고.

 

 이 책 읽으면서 조직생활 하다가 한번씩 펼쳐 볼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나의 가치관을 좀 고집하자면 굳이 내가 이 책을 꺼내 들어 조언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나는 군주론을 읽으면서 군주론이 전하는 메세지 보다는 군주론을 쓴, 그리고 군주론 속에서 보이는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의 통찰력이 좋았던 것 같다. 여러가지 역사적 자료와 인간 본성, 심리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런 글을 써 낸 마키아벨리라는 작가에게 더 끌렸다고 할까.

여하튼 이 책을 읽고 나니 대학생으로서 군주론 정도는 읽어야한다던 교수님들의 환청이 이제 더이상은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좋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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