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꼭 과제같은 책이었다.

별로 관심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데 과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거.

하지만 과제로 주어졌기 때문에 평상시라면 절대 읽어볼 리 없는 책을 접할 수는 있는 거.

 

자아, 일단 책을 집어 들었으니 읽기는 읽어야겠고 무슨 소리 하는 지는 잘 모르겠고

하면서 설렁설렁 읽고 있었다. 음, 저자가 꽤 연구는 많이 했군, 이게 그렇게 된 이야기로군,

하면서 한자는 마구 건너 뛰고 지명이며 이름이며 모르는 게 나오면 대충 흘려버리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책에 진지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 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했으면서 이 책은 무슨 내용이고 뭘 담고 있고..그렇게

거짓말 할 능력은 못 되는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서 무엇을

봤느냐 하고 물으면 답할 수 있는 딱 그만큼만이라도 이 책을 소개하는 겸 해서 말하고자 한다.

 

이 책을 설렁설렁 보던 나에게 눈에 확 띄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구음 시나위'이다.

구음시나위는 메시지 없이 사람의 따뜻한 목소리만으로 얼러 주는 음악을 말한다.

사람과의 대화도 좋다지만 그 사람과의 대화는 본의아니게 상처를 줄 수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기복이 심할 때는 더 더욱. 그렇다고 노래를 듣자면 또 가사를 무시할 수

없다. 가사가 주는 메시지나 그에 파생된 생각들에 또 우리 마음은 조각나기도 한다.

딱, 저런 심정일 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바로 구음시나위인 것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하지만, 모든 걸 다 받아줄 듯한 목소리로만 얼러 주는 음악.

사람 목소리라는 게 중요하다. 그냥 연주곡이 아니라.

 

아, 옛 사람들은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시름을 달랬구나.

일단 이렇게 이 책이 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책 읽기가 좀 수월해졌다.

내가 이 책에 마음을 조금 열었다고나 할까. 마음이 좀 열리고 나니 저자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밌었던 것은 천자문 패러디 라는 것인데

알고보니 천자문은 꽤나 심오한 것이었다. 나는 그냥 천자를 외게끔 만든 책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 천자문이 1구 4자로 운을 달아 총 250자로 구성되어 각각의 뜻이

연결되고 의미가 담긴 것으로 엮어놨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 게다가 내용도 자연현상에서

부터 인륜 도덕에까지 이른다고 하니 아이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릴 만도 했네요!

여하튼, 패러디인데 이 천자문을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이렇게 읽지 않고

재밌는 말들을 갖다 붙여서 읽었다고 하니 한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었던 옛 분들은

이를 들으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한래서왕'을 풀어놓은 것이었는데 이건 원문은

추위가 오고 더위가 간다 인데, 이것을 이렇게 패러디 해 놓았다.

"남원 와서 첨 보았네, 광한루라는 찰, 벼개가 높거든 내 팔을 베고 이만큼 오너라 올 ,

삼복성염 구슬 땀에 소서 대서 더울 , 언제 만날 기약 없이 춘햔 혼자만 갈 ."

(한글로 풀면 저렇다는 것. 실제로는 이것도 한자어로만 구성되어 있음)

이런식으로 천자문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니, 그것도 판소리로 불러 가며 놀았다고 하니

가히, 옛 조상들이 우리보다 노는 것 하나는 더 잘 놀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옛날 선비들은 예와 악(樂)을 적절히 안배할 줄 알았던 듯 하다.

예를 중시 하면서도 악을 잊지 않았고 악을 즐기면서도 그 속에 예가 들어 있으니.

 

저자는 참 많은 문헌들을 읽었고 그 문헌들을 토대로 연구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음악을 통해 그 음악이 주는 상황, 풍경 등을 전해주려고 애썼다.

각종 가락들을 우리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지만 그런 정경을 전달해 주고자 삽화를

넣어 놓기도 했고 재밌는 일화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어디, 음악을 말로 설명하려 들자니 쉬운 일이었겠는가.

 

하지만, 나는 저자의 진지한 노력과 재밌는 글들에서 옛 가락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조상들이 즐겼던 멋스러운 놀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들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없었음과

결국에 이 부분은 잘 알수 없었다던지, 명확하지 않다던지, 하는 글을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 더 많은 연구 끝에 나오게 될 그의 글들에서는 그러한 의문들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기를 바라고 그리하여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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