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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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들은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그 핀란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살여행.

파산을 네번이나 한 렐로넨. 이제 그만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헛간을 찾아 그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젠 쓸모없는 군인인 캠파이넨 대령.

서로 5분만 어긋났더라도 이 둘의 자살은 성공했을런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한 명은 자살에 성공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둘은

같은 시각에 자살을 꿈꾸었고, 대령이 목을 매달려는 찰나, 렐로넨이 헛간에 들어서게 되어

결국엔 둘 다 자살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둘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자살이었지만 이미 이 시작에서부터

이 소설 속의 자살들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걸 말해주고 있다.

소설 속의 자살은 쉽지 않았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너무 쉽게 풀려갔다.

렐로넨과 캠파이넨 대령은 의기투합하여 자신과 같은 절망감에 빠져 자살만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광고를 띄운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들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 덕분에 그들이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고,

죽는다 할지라도 그 죽음에서조차 혼자가 아닐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은 것이리.

그렇게 광고를 내고 엄청난 편지가 쏟아지고 또 엄청난 답장을 보내고 워크숍을 개최하고

그리하여 일부는 삶의 의욕을, 일부는 집단 자살의 희망을.

하지만 말이다...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려가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단 말이다..

그렇게 쉬운 감정이었던거야? 애초에 렐로넨과 캠파이넨 대령은 그냥저냥 갑작스런 충동에

자살을 생각했을 뿐이었던거야?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 안에서 삶과 죽음이 이리도

갑작스레 교차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가벼운 좌절감이었던 거야?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 저마다 뼈아픈 사연을 갖고 있던 사람들..단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참 많구나..이 하나로 그동안 품고 있던 자살에의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거야?

물론, 그럴 수는 있는데..이 과정을 너무 쉽게 간단하게 그려내고 있단 말이다...

마치, 이미 스토리 라인을 이러이러하게 잡아 놨고 그 속에 이야기들을 아주 쉽게 착착

끼워 맞추듯이. 그래서 좀 거북했다고나 할까.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감정과 그 자살에서

생으로 전환하기까지의 감정과 오히려 집단자살을 꿈꾸기까지의 감정들은 생략한 채,

그저 사건들과 그들의 행보만을 나열해 놓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들이 이렇다할 갈등도 없이 너무 쉽게 의기투합 해 버려셔.

여하튼, 20여명의 사람들은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죽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결국에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게 됐다는 이야기?

 

휴휴,,처음엔 기발한가? 재밌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너무 설렁설렁 풀어낸 이야기에 조금 실망했다고나 할까.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 이은 연패인지라 살짝 속이 쓰렸다.

하하,,돈 주고 보기 아까운 책을 두번 연속 사게 되다니..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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