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는 동생이 자기의 이상향이라며 빌려 준 책이었다.

그 아이의 꿈을 대충이나마 아는 나는 그 아이가 말한 그 이상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조르바는 자유인이다.

이 책에서는 자유, 죽음, 삶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이란 그리 심각하게

논의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논의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폴짝거리며 춤으로 표현하는 조르바.

기분이 째지게 좋으면 산투리 한 곡을 켜는 조르바.

여자를 안아주지 않는 건 죄악이라 여기는 조르바.

죽을 때까지 자신은 거울을 볼 거라고 말하는 조르바.

그런 만큼 늙은 여자들의 심정 또한 잘 알고 있는 조르바.

이런 조르바는 오직 현재의 조르바에게만 집중한다.

 

그는 지나간 이야기들을 걸죽한 입담으로 풀어 놓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현재를 충실히

살아낸다. 조르바 지금 뭐 하고 있어? 일하고 있어, 그럼 잘 해봐, 조르바 지금 뭐 하고 있어?

술 마시고 있어, 그럼 잘 마셔, 등등..그는 내가 그 때 왜 그랬던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자유인 조르바이다.

 

과거와 미래에 매이지 않는 대신 현재에 매여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져 보았다.

세네키라는 철학자는 자유란 기회의 노예 또한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조르바가 미래의 기회를 위해,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면, 현재의 노예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으나

조르바에겐 미래를 향한 꿈은 있었지만 그 꿈의 노예가 되진 않았다.

그들의 사업이 망한 뒤, 양고기를 뜯으며 술 한잔 마시고는 털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는 익숙한 그의 삶의 방식대로 여기저기를 떠돌며 자유인으로 살아갔다.

 

무엇보다도 그리스인조르바는 오랜만에 만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좋은 책, 괜찮은 책, 읽을만한 책과 마음에 드는 책은 다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르바에 행동에 감탄하기도 했고, 이 책에 나온 표현들에 감탄하기도 했다.

맛갈나는 문체?였다고 할까. 어느샌가 문체를 그리 따지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은 실로 오랜만에 내가 중, 고등학생 때 소설들을 읽으면서 간혹 받곤 하면

그런 문장이 주는 감동을 가지고 있었다. 생어, 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문장들은 그야 말로 살아있는 문장들이다.

그렇다고 치장에만 치중한 문장이 아닌, 문장, 그 자체가 담고 있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문장을 만나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었다.

 

 

"욱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 것이오."

 

 

"나는 생각했다. <자유라는 게 뭔지 알겠지요?> 금화를 약탈하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가 갑자기 그 정열에 손을 들고 애써 모은 금화를 공중으로 던져 버리다니.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 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를 묶는 노예의

사슬이 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