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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매트 타이비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의 원제는 ‘the divide’=‘두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본질상 같은 행위라도 어떤 물줄기에 속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주어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밑줄 친 부분들.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 핵심 감독 기관들은 두 사건에 대해 알고서도 범죄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서민들은 언제나 봉이다.”
“경찰의 감시가 삼엄한 게인즈빌 같은 도시에서 남미계 이민자들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가족을 껴안고 키스를 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갑자기 경찰에 잡혀가 토끼 굴 속으로 사라져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그 토끼 굴)
“경제적 수익의 관점을 고려하면, 이민자들을 적대시하는 정치 세력과 손쉽게 이윤을 올리려는 자본의 폭발적인 결합이 거대한 색출망 구축에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미국 최고의 극빈층인 남미계 이민자들이 미국 최후의 환금 작물로 둔갑한 것이다.”
“황금욕과 권력욕이 극단으로 치달은 끝에 증오심과 파괴욕으로 전환되고, 사람들은 금전적인 수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채 기를 쓰고 극단적이고 사악한 보복을 추구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승리다.”
“비조직범죄에 대해서는 당장 문을 걷어차고 들어갈 인력이 항시 대기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 감독 업무에 투입되는 자원은 몹시 빈약하기 때문에 그 자원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가는 정치적인 결정이 중요한 사안이다.”
“샌디에이고에서는 1달러는 속이는 건 범죄이지만, 월스트리트에서 1백만 달러는 속이는 건 그냥 훌륭한 사업수완일 뿐이다.”
“부당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로 범죄라고는 할 수 없다. 이윤 추구는 불법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이윤을 낸 것은 불법이 아니다. 특별히 문제될 게 없는 행동이니 신경 쓰지 마시오.”
“HSBC 은행 임원 몇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그 은행에서 벌금 19억 달러는 받아내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사회에 더 유익한가? 날릴 위험이 전혀 없는 20억 달러를 당장 손에 쥘 수 있는데 어째서 대중의 정치적 인정 따위의 막연한 보상을 얻겠다고 그것을 포기한단 말인가?”
“다국적 대기업의 임원들은 수감되는 일이 아예 없다 보니, 법 집행 기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전된 원칙, 즉 이런 대기업들에서는 수감형에 처할 만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사법 제도는 존재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