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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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신도가 쓴 책이다.

김규항은 좌파로 잘 알려졌으나 고위 성직자도 아니고, 

종교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성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마르코 복음에 대해 강연을 하고 책을 냈다. 

가당키나 한 것일까? 

바로 그 지점이 지인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 

그러나 우연하게도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성경에 대해 설명하는 다른 책과 달리 

아예 마르코복음을 통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줄한줄 읽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는 미사 불참 보속으로 4대 복음서를 읽으라는 보속을 받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이 책을 읽었는데, 틈틈히 읽었음에도 장장 3개월여가 걸렸다. 

다 치고 나니 인용된 성경, 마르코 복음의 분량만 A4용지로 30장이 넘는다.

어떻게 보면 날로 먹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경구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인용해 두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한번 읽을 때 다르고, 두번 읽을 때 다른 느낌을 주었다.

처음 볼 때는 당연히 삐딱하게 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대충 읽어 내려갔다.

깊은 사색의 흔적과 진심이 담긴 메세지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번째 읽을 때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김규항은 진심을 담아 이책을 썼다.

그리고 종교적인 논쟁이 유발될 수 있는 대목에서(산상수훈, 오병이어의 기적 등등)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보다는 그런 논쟁이 어떤 실익이 있냐고 반문한다.

 

전체적으로 그가 성경을 읽는 방식은 철저하게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다.

즉 그는 권위적인 말씀으로 성경을 떠받들지 않는다.

인간이든 신이든 존재증명을 하느라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우리가 존경해 마땅한 예수가 과연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묻고 또 물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부분적으로는 기존 해석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그는 일관된 해석을 제시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지만,

김규항 역시도 예전의 김지하 또는 박노해 처럼 

결국 영성에 치우쳐 현실을 외면(나는 그들이 다른 차원에서 현실과 싸우고 있다고 받아들이기 힘들다)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된다.

 

평신도의 근본 없는 해석이라는 이유로 펴보지도 않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요즘 세대야말로 진정 종교혁명이 필요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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