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정치 - 좌·우파를 넘어 서민파를 위한 발칙한 통찰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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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가 출간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민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무척이나 수줍어하는 그는 생각보다 키가 컸고, 생각보다 못생겼다...

정말로 못생겼다는 말을 강의 중 골백번은 더 들은 것 같다. 

처음엔 겸손의 표현인줄 알았으나, 그것이 그의 정체성임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서민이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었다(못생겼다는게 어떻게 정체성이 될 수 있지??).

그날 강의내용은 주로 서민적 글쓰기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강의 말미에 앞으로 3~4권 정도 출간계획이 잡혀 있다고 했다. 

그 중엔 칼럼을 모아놓은 것도 있고, 기생충 책도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책도 있을 예정이라 했는데 그의 말대로 모두 출간되었다. 

칼럼을 모아놓은 것은 "B급정치", 기생충 책은 "기생충 콘서트",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 책은 아마도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서민적 정치"인듯하다.

약속을 지키는 서민.


그의 칼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정작 그의 칼럼은 몇개 빼곤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글쓰기 방식엔 인숙한데 아마도 서민적 글쓰기를 읽어본 덕인가보다.

이 책도 사전정보 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놓고 읽어본다 하더라도 서민이 썼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결코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지나치게 경박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이런 문체는 그의 타고난 낙천성 내지 재치와 10여년의 수행 끝에 탄생한 것이란다.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도 여느 정치입문서 같이 정치가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하고난 후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그런데 난해하거나 고답적이지 않다. 

조금 식상한 면도 있지만 무척이나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야구장에서 야구 규칙을 모르면 관람 자체가 불가능하듯, 정치를 감시하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정치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정치 공부에 거창한 투자가 필요하진 않다. 신문을 읽고 가끔씩이나마 정치에 관한 책도 읽기." 8쪽.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 

"세월호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국가가 버린 국민의 삶이 얼마나 참혹해지는지 보여 주는 사건. 그러니 우리 정치의 회복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그곳에서 우리는 국가가 책임을 방기했던 과정을 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재건을 확인할 것이다. 진상규명 과정들이 낱낱이 투명하게 밝혀질 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수장되는 상황을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던 우리의 이 처참한 아픔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55쪽.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사실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이다." 119쪽.

"개인적으로 청년대표로서 열심히 활동해 온 조성주 씨를 소개하고 싶다." 185쪽.

"개성공단으로 수익이 나니 '핵 개발이나 할까?' 이러는 게 아니라 개성공단이 없어도 어차피 핵 개발은 하는데, 이걸 '개성공단 때문에 핵 개발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6쪽. 

"사소한 이유로 전교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정부는 어떤 노조든지 다 그렇게 와해시킬 수 있다." 230쪽.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설명해가는 방식. 

그것이 색깔론이든, 영남패권주의든, 고령화 보수투표이든 개의치 않는다. 

그의 입장에 동조하고 그렇지 않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태도'로부터 울림이 생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다.

꼭 한번 일독을 권한다.

누구와도 쉽게 정치를 소재로 말문을 열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이 책의 백미는 서민적 유머다.

아마 이런 이름으로 책도 내지 않을까?

"책이 나오면 인세를 받지 않을까 기대에 들뜬 아내에게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 본다." 9쪽. 

"한 명 한 명 모두가 가슴에 금배지를 단 것처럼 행동하자. 좀 어렵게 느껴진다면 문방구에서 금배지를 사서 가슴에 달아 보자."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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