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이 소설이 남측에서 출판되었고 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인지 궁금하다. 

위작은 아닐까 의심도 해보았으나 읽어보니 이건 북측에서 쓴 게 확실하다. 
단편소설 모음이라 짧고 굵게 출퇴근시간에 읽을만하다. 
소설 자체로는 재밌었다(반복된 액자식 구성이 나중엔 좀 식상했지만). 

하지만 이미 한참이나 지나버린 옛이야기를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이제와 새삼 출간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을 함께 읽는다면 좋겠다.

지은이의 고발은 어떻게 처리될까. 
우리 숙제다. 

간단히 요약해본다. 

탈북기. 
계급사회의 비참함을 헌신적 사랑과 대조시키며 설득력 있게 묘사. 편지와 일기를 이용한 간접화법으로 극적 완성도를 높였다. 약봉투에 얽힌 비밀이라는 추리물 방식을 차용해 몰입이 쉬웠다. 우리 옛소설을 읽는듯 격조가 느껴지고 어휘의 생경함이 반가움. 

유령의 도시. 
풍년역. 승리역. 멋진 신세계나 1984가 생각남. 마르크스 초상화를 둘러싼 헤프닝. 생각지 못한 파국. 그곳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된다. 유령과 토끼의 비유가 적절하다. 

준마의 일생. 
추위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 라디에이터의 온기라는게 죽은 놈 콧김만도 못하다. 81쪽. 이런 묘사가 가능한 남측작가는 얼마나 될까. 준마와 느티나무를 소재로 어려운 이야기를 손쉽게 풀어냄. 

지척만리. 
이역만리가 아닌 지척만리의 역설.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측의 현실을 생생히 묘사. 대한민국 헌법 제14조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이 한줄이 이렇게나 와닿을 수 있다니. 

복마전. 
1호행사. 김일성이 기차타고 지나가는데 왜 역을 폐쇄할까. 멧돼지열. 자분치. 어망처망하다. 김일성을 등장시키다. 복마전 이야기로 마무리. 체제의 핵심을 꿰뚫다. 

무대. 
연기하듯 살지 않을 수 없는 삶. 무대자감. 부자지간이라는 천륜도 한순간에 우스워지는 사상, 체제라는 괴물. 감당할 수 없는 파국. 무대에 오르면 막이 내리지 않고는 내려올 방도가 없다. 혼신을 다한 연기의 대가는..

빨간 버섯. 
이건 자네에게만 하는 나의 고발이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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