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개정증보판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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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정판이 나온지도 6년이 흘렀는데 구판 리뷰라니...
개정판은 기존 서장 앞에 한장을 할애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퇴행하는 일은 없을 거라 보고 주로 말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썼으나 말할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며 일침을 날린다. 

그 요지는 미리보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그래서 구판 리뷰도 아직은 쓸모 있을 거란 생각에 작성중).


2. 

제목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헌법을 매개로 지은이의 여러 생각과 의견을 풍경화처럼 펼쳐보여주는 책이다. 

흔히 이런 책은 딱딱하다거나 건조해지기 쉬운데 지은이 특유의 글솜씨로 무척이나 촉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자신의 신상을 과감히 드러낸다는 점이 빠질 수 없겠다. 

스스로 괴짜임을 밝히는데 정말일지도...

대학의 교양과목으로는 손색이 없는 책인데, 전공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독자층은 전자이니 나무랄 데 없는 책이라는 결론.

아쉬운 이유는 헌법에 대한 내용이 기본권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일부에 대해서만 지면이 할애된다는 점.

그 점을 제외하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법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겠다. 


3.

10여년 전 책인데, 지금봐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어차피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자기 입장을 정하는 거이 변호사의 삶이라면이처럼 정답 대신 자기 나름의 논리를 갖추도록 훈련하는 수업 방식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33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상황을 배경으로 우리 사건들을 다룬 법정 영화법정 소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5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서 법률가들은 정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45


현재 우리나라에서 음란물에 관한 한 아무런 기준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그러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66


실체적 진실이라는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리갈 마인드에 과도한 믿음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허구입니다. 68쪽 

 

겉으로는 늘 겸손한 사람이지만 내면세계는 땅값 상승으로 한몫 잡게 된 졸부들의 그것과 갈수록 비슷해져 갑니다. 119


그러나 법률가는 다른 직업과 다릅니다판검사들의 서명 날인 행위가 고문 경찰관이나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행위와 똑같이 취급될 수도 없습니다왜냐하면 판검사는 그 자리를 그만두고 나와도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 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139-140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변호사들에게 청지기의 윤리를 요구합니다더 이상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을 잠시 맡아 시민에게 봉사하는 청지기들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자기가 누구인지자기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청지기들은 이제 자기 집단 내부의 평판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위해 싸움터에 나섭니다고객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청지기의 증가는 궁극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제라고 하는 법률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데에도 유익합니다잡다한 혈통을 가졌지만 주인인 시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새로운 청지기의 등장을 저는우리 법조의 희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173

  

저는 두 단어만 가지고도 우리 기본권 정신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두 단어는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209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과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인정한다그러나의 정신입니다기본권에 대해서는 온통 공자님 말씀 같은 좋은 말로 한 페이지 정도를 장식하고막상 구체적인 사례에 들어가면 왜 그 권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데 10페이지를 할애한 법률 책들이 다 여기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헌법은 그림의 떡’, 또는 잘 포장된 한 장의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215

 

저는 차별 금지 소송의 증가가 우리 의식 개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01


저는 궁극적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와 검찰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가인권위원회 산하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305



4.

독서모임 교재 중 하나로 고른 것인데, 생각보다 토론거리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주로 지은이의 생각을 전개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으로 대표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함께 얘기해 볼 수 있겠다. 지은이의 생각은 내가 정리한 내용과도 비슷하다(http://blog.naver.com/wongoklaw/2209246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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