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벌써 재작년이 되었군요.

2015. 11. 11.에 최변호사님께 선물받은 책입니다. 

그전까진 당연히 오에 겐자부로라는 이름을 들어본 바도 없습니다..

이분은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50년 이상 소설을 써왔고, 그 자신의 이름을 딴 '오에 겐자부로상'까지 있다니.

자타공인 일가를 이룬 대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오에님이 2006. 6.~12. 매달 한 차례씩 일본의 어느 서점에서 강연한 내용과 

2011. 6.에 한 강연, 그리고 부록(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제 인생의 책'이라 할 만한 이런저런 책들과 이별하는,

그러면서 가능하면 여러분께 그 책을 건네드리는 그런 의식을 치러보고자 합니다.

당연히 저보다 많은 날을 살아갈 여러분께서 그 책들을 기억해주시겠지요."

-9쪽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50년 넘게 이 책 두 권을 최대한 더러워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워가며 소중히 읽었습니다."

-32쪽

무려 50년입니다. 50년.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장 처음 책들을 발견했다면,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 기틀이 되는 평면을 만듭니다. 그 뒤에는 이 책들이 불러들이는 다른 책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 '이 책이 불러들이는 사람을 기다린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33쪽

책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언어의 라비린스 즉 미로를 헤매듯 독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더 읽을 때는 방향성을 지닌 탐구가 됩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서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행위로 전환되지요. 그것이 rereading, 한 번 더 읽는 까닭입니다."

-38쪽

명쾌한 설명입니다.


"그러니 어느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싶으면 그걸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걸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말하자면 진정으로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차이가 됩니다."

-39쪽

네. 명심하겠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번역서에 선을 그어가며 빈틈없이 읽습니다. 두번째는 선을 그은 부분을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읽어갑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게 정말 좋은 책이고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읽을 짬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원서로 읽어봅니다. 그것이 재독의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41쪽

또 배웠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닙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은 발견을 합니다."

-50쪽

어렴풋이 알 것 같네요.


"저는 책만큼은 직감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어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 순간 이 사람의 모든 저작을 읽게 되리라 감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그런 저자를 만나면 그의 첫 책에 사인을 받습니다."

-218쪽

모~든 저작을 읽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놓고보면 이 책은 일반적인 독서론을 다루는 책으로 알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닙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평범한 독자는 미궁에 빠집니다. 

오에님은 자신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의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방법이 없는,

그러니까 깊이있게 행간을 읽어낼 재간이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특정독자'를 염두에 둔 책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출판사는 이렇다할 배려가 없습니다.

홍보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오에님의 대표작을 간략히 설명해주던가 연표라도 실어주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요? 

어쨌든 제대로 읽어내려면 충분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책입니다.



물론 '특정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귀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온 몸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읽기와 삶이 하나된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그러니까 읽기가 존재이유인 그런 사람도 나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자녀인 히카리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은이는 스스로를 '읽는 인간'이라 합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요?

이 책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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