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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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니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뭘까?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기후위기라기보다 자본주의다. 자본주의가 변화해야 기후위기의 해결이 가능하다.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철저한 계획이나 설계, 구상에 있지 않다. 균열과 전복을 위한, 그리고 진정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이고 꾸준한 활동(블로카디아!)이 이어질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은 이미 주어진 세상에 내재한다. 벌어진 틈 사이로 아직은 낯선 얼굴을 비출 때 반갑게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파랑새처럼.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우선 벽돌책으로 두껍고, 다루는 사건이 낯설다(북미 위주의 실태조사보고서에 가깝게 느껴진다). 논증보다 폭로 위주로 전개되니 폭로의 배경을 모르면 감흥이 덜하다. 출간 후 십여년이 흘러 시의성도 많이 잃었다. 책을 쓰면서 오바마의 무기력을 지적할 때는 그래도 행복할 수 있었겠다. 이미 10년 전에도 그렇게 시간이 없다 외쳤는데, 지금은 골든타임을 아예 놓친데다 트럼프 2기라니. 게다가 AI 치킨게임이라니과연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을까

 

번역은 훌륭하다. 하지만 각장과 소제목은 영어를 참고하는 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1부는 BAD TIMING, 2부는 MAGICAL THINKING, 3부는 STARTING ANYWAY. 연결지어보자. 기후변화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 BAD TIMING(공적규제 약화와 시장주의 득세가 큰 원인이다)에 놓여있고, MAGICAL THINKING(기술적, 공학적 해법을 말한다) 같은 환상으로는 이것을 해결할 수 없다. 착각하지 말자, 우리는 지구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구의 힘(재생산능력)을 믿는 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일단 STARTING ANYWAY. 


열심히 정리하면서 봤지만 쉽게 요약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받아들이라나처럼 기후위기의 본질을 단 몇줄로 요약할 요량이라면, 이 책을 안 보는 편이 좋다. 실망할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에 관한 문제이고, 모든 것은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걸로 독서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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