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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섬 공방전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이 책을 보면 중세의 강국 투르크가 전투하는 법이 소상히 나온다. 일단 엄청난 대군을 끌어 모은다. 7백명의 성요한기사단과 기타 무장병력 등 3천명을 치기 위해 10만 대군을 동원한다. 이 대군에는 투르크 군뿐만 아니라 다수의 식민지 군대가 동원된다. 이 다국적 식민지용병은 땅굴을 파서 성벽밑에 지뢰를 설치하는 등 공병 역할을 하다가 전투가 개시되면 최전방에 화살받이로 배치된다.
중대 전투는 투르크 황제가 직접 지휘한다. 황제는 10만 대군을 동원해 놓고도 바로 돌격 명령을 내리는 법이 없다. 일단 적을 성안에 몰아놓고 처음 수십을 동안은 무조건 대포만 쏜다. 당시의 포탄은 오늘날처럼 화약이 폭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큰 돌을 날려보내는 방식이니 성벽에 큰 타격을 가하려면 엄청난 물량의 돌을 날려보내야 한다.
엄청난 수의 병사와 전투물자를 동원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총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대포만 쏜다. 그것도 조금씩 쏜다. 시간이 갈수록 성벽이 무너지고 날아오는 포탄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적이 약해지고 지칠수록 공격의 강도는 더욱 강력해진다.
대포와 지뢰 공격으로 성벽 한쪽이 확실히 무너지면 그제서야 돌격전을 감행한다. 맨 앞에는 공병으로 동원됐던 식민지 다국적군이 화살받이로 나간다. 그 뒤에는 황제의 친위대가 배치되어 퇴각하는 식민지인들의 목을 친다.
로도스 공방전을 지휘했던 투르크의 쉴레이만 대제는 위대한 전제군주로 칭송받던 사람이다. 스물여덟이던 쉴레이만 대제는 수십일간의 포격 이후 단 하루의 돌격전으로 성을 무너뜨릴 계획이었다. 이 날 돌격전의 지휘는 무스타파 파샤가 맡았다. 이 사람도 터키 역사상 명 재상으로 추앙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쉴레이만 대제는 당시에 이미 재상을 맡고 있던 무스타파 파샤에게 사형을 내린다. 최고령 대신이 깜짝 놀라 이를 말리자 그에게도 사형을 내린다. 이에 모든 신하들이 나서서, 두 사람을 죽이면 전선이 무너진다며 말리자 겨우 사형을 철회하는 대신 무스타파 파샤를 시리아 총독으로 좌천시키고 다음날로 임지로 떠나보낸다.
쉴레이만은 그 후로도 수십일간 수만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무제한 공격을 감행한 끝에 성요한기사단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다. 항복을 받아내는 과정도 특이하여 `무조건항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로운 항복`과 `몰살` 중에서 선택하라고 최후 일격을 앞두고 휴전한다. 성요한기사단이 명예로운 항복을 선택하자 쉴레이만은 비록 적이지만 성요한기사단이 정말로 용맹하고 훌륭한 전사임을 인정하고 그들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섬을 떠날 권리, 남아 있는 현지 주민들에게 수년간 세금을 면할 권리 등 투르크 점령역사상 유례없는 유화정책을 약속하고 이를 실행했다.
봉건시대에나 가능했던 무지막지한 그러나 승산이 확실한 전투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