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가더라도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는 없겠지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중고로서 들어가는 나이를

지금은 내가 헤아릴 수는 있어도

사랑은 또 처음의 양장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지


헌책방에 오는 사람들은

볼장 다 본 사랑을 들고 오는데

손에 들린 사랑은 옛 연인의 손길에

은밀한 페이지까지 다 펼쳐보였을 터인데

어쩌면 나도 만지고 싶은 것일까

손가락을 베이면서라도 아파하며

또 누군가를 읽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애증의 지난 시간을 넘기고

새로운 헌 사랑을 구해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그림자는 힐끔

뒤돌아보다 이내 끌려가는데

그것은 나의 두 빈손에

서늘한 활자를 인쇄하는데

나는 갑자기 눈이 밝아져서

손으로 눈을 비비고


헌책방에 가더라도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는 안 되겠지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낡고 변색된 양장이 다시

일독을 권한다 해도

그때 나는 내 손때를 모른 체하며

돌아온 사랑을 툭 던져놓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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