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를 봤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태도가 몇 가지 있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부풀려 그것을 사건의 유일한 원인으로 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이것은 비슷한 일이 자신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부른 비겁한 회피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선이 피해자에게로 향하면 당해도 싸다든지, 원인제공을 한 잘못이 있다는 등의 말로 2차 피해를 야기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번 사건에 그런 일은 없었던 듯하다. 대신 가해자의 정신질환이나 장애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사실 나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생각하면 그나마 안심이 되고 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마치 종결된 사건처럼 느껴지고, 아무 근거도 없이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느껴진다. 동원되는 용어가 어렵고 생소할수록 그 효과는 커진다. 참으로 쉬운 방법이다. 방송 말미에는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것이 다뤄졌다. 나는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 원시인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말은 앞으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생소한 온라인 공간에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어제 방송에서도 어김없이 가해자는 피해 아동 부모의 입을 통해 인간이 아닌 것으로 규정되었다. 참혹한 방법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울부짖으며 내뱉은 이 말을 부정하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바로 여기에 이런 사건을 직시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듯하다. 결국 우리는 가해자가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다. 이 사건의 주범과 공범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존재도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이런 짓을 한다. 힘들지만 이것을 인정해야 처벌도 가능하고 예방도 가능할 것이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여 밀쳐놓으면 잊기도 쉽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한 짓이고, 인간만이 하는 짓이다. 어쩌면 인간 본성들 가운데 일부는 짐승만도 못한 데에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을 보는 내내 인간이란 결국 이런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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