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어인 일인가. 대분기를 논하는 역사책을 읽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유리창에 자꾸만 부딪히는 것이 안쓰러워 나는 잡아보려는데, 책을 잡았던 손에 네가 쉬이 잡힐 리 없지. 가까스로 잡아 유리창을 열고 놓아주니, 산뜻하게 날아오르는 너의 하늘이 눈부시다. 두 손에 흔적이 남았다는 핑계로 가방에 책을 넣으니, 버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강 위를 시원하게 달린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안전하고도 아름답다. 책을 얼마나 읽어야 달리는 버스의 유리창을 열고 강물에 몸을 던질 용기가 생길 수 있나. 빈손이면서도 빈손이 아닌, 너의 흔적이 남은 두 손을 들여다보다 불현듯 떠오르는 말. 당신 자식은 책 없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던 은사님의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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