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두었다

그의 귀가 밝아서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 염창권, <고인돌>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내 사는 꼬락서니가 역겹고, 치사스럽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돌로 눌러두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4월 16일이다.

나는 노란 리본 하나 달고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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