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라일락은 한창이었다.
안녕이라는 인사는
내게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도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지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 침묵 끝에 너는 나를 찾았고,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변해가는 너의 마음이
내게 날카로운 흔적을 남겨도
보고픈 건 미련이 남아서 일거야
이제 내 품에서 벗어나고 있네
너의 이별통보를 듣고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선희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런 노래가 있는 줄도 몰랐다.
돌아보진 마 내가 안타까워서
혹시라도 눈길 주진 마
생각하지도 마 또 다른 내 삶에서
나와 함께 했던 그 기억들을
다시는 만질 수 없겠지
따스한 너의 체온을
처음이었다.
어떤 노래가 내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변해가는 너의 마음이
내게 날카로운 흔적을 남겨도
보고픈 건 미련이 남아서 일거야
이젠 내 품에서 벗어나고 있네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라디오 디제이가 마이크를 열어놓고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어머, 어머, 세상에, 어머."
돌아보진 마 내가 안타까워서
혹시라도 눈길 주진 마
생각하지도 마 또 다른 내 삶에서
나와 함께 했던 그 기억들을
다시는 만질 수 없겠지
따스한 너의 체온을
모창이었다, 그러나
내가 들은 것은 분명 이선희의 목소리였다.
거짓말 같았다.
다시는 만질 수 없겠지
따스한 너의 체온을
훗날 노래의 제목을 알았을 때,
라일락을 좋아하던 네가 생각났다.
거짓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