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권 4년은 그야말로 뉴스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세월호와 메르스, 국정원과 문체부, 배신자와 개돼지, 권력게임과 계파갈등, 연이은 인사 참사와 정책 실패 같은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말해서 뉴스가 뉴스를 덮고 있었다. 당신의 뜬금없던 개헌 발언 역시 그것을 노린 포석이었을 것이다. 아, 교활하면서도 어리석은 사람. 그 뉴스의 끝이자 정점은 개헌보다 더 큰 블랙홀, 최순실이었다.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모처럼 뉴스가 재미있었다. 그 혼란과 재미 속에서 모 종편 메인뉴스의 모토처럼 한걸음 더 들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언감생심이었다.


문제는 뉴스의 양이나 속도뿐이 아니었다. 뉴스 속에서 당신과 함께 나열되었던 단어들을 나는 기억한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주사제와 의약품과 성형시술법들, 옷과 신발의 브랜드명, 개와 고양이와 말의 이름, 샤워기와 변기, 청와대 근처 김밥집과 강남의 미용실, 억세게 운 좋았던 모 중소기업과 모 성형의원. 고백하건대 나에게 이것들은 일종의 포르노였다. 별거 아니란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당신의 뉴스를 찾아보았다. 볼 때는 흥미로웠으나, 보고 나면 뭔가 허탈했다. 괜한 짓을 한 것만 같았다. 


삼월의 마지막 날 봄비가 내렸다. 그날 새벽 당신이 구속되었고, 같은 날 운명처럼 세월호가 귀환했다. 나는 당신의 구속 소식을 접하면서 박사모나 탄기국 사람들처럼 절망하거나 슬프지도 않았지만, 웬일인지 크게 기쁘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느낌이 없었다. 마치 포르노의 마지막 장면을 본 것 같았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포르노를 보듯 당신과 당신 일당들이 만들어내는 뉴스를 보아왔다. 이 말을 혹시라도 언론기관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말로 듣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오해다. 이것은 내가 당신의 뉴스를 소비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신이 임명한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통위원 지명권을 행사한다는 뉴스가 포털 메인에 걸려있다. 마치 포르노를 보며 수음(手淫) 하다 들킨 기분이다. 그렇다. 내가 뉴스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지 못 할 때, 당신과 당신의 일당들은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가 있음을, 당신의 재판이 시작도 하지 않았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일당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음을. 아직 정권이 바뀐 것은 아님을. 세상이 바뀐 것은 더더욱 아님을.


당신의 뉴스가 별 느낌 없는 포르노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라, 연인과의 재회처럼 기쁘게 느껴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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