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라고 적었다가 지운다. 슬픔도 눈물도 너의 몫이다. 너의 삶과 사랑은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가 지운다. 그것은 산 자의 일이다.  


삶의 끓는점은 적당히 높기에 라면처럼 쉽게 끓어오르지 않았다. 사랑의 조리법은 적당히 난해하기에 라면처럼 쉽게 맛볼 수 없었다. 적당하다는 것은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삶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네가 있었다. 그러나 딱 한 뼘이 모자라 너는 손에 닿지 않았다. 딱 한 뼘이기에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한 뼘은 얼마나 적당한 거리인가. 또 얼마나 잔인한 거리인가.


절벽 위에 핀 꽃을 꺾기 위해 바동거리는 아이처럼 나의 삶은 늘 위태로웠다.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용케 버텼으니 후회는 없다. 너를 향한 사랑이 모두 중독이었음을 깨달은 지금, 취하지 못한 꽃은 너를 위해 남겨두고, 나는 이제 스스로 몸을 던진다. 이제는 이 중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물고기가 스스로 미끼를 물고 강과 바다가 아닌 곳으로 가듯, 나는 간다. 중독이 없는 곳으로, 너와의 거리가 적당하지 않은 곳으로.


마지막으로 먹는 라면이 펄펄 끓는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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