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유려했다. 짐작하건대 너는 지금도 유려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너의 아름다움에 대해 썼다 지우길 반복하다가 나는 차라리 쓰지 않기로 했다. 너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는, 그 진부한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심정은 참으로 비참하다. 수필 속에서 너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인문학적 교양이라고 말했다. 너의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마다 너의 아름다움과 교양이 넘쳐흘렀다. 너를 읽을 때마다 나는 황홀했다. 여행도 자전거도 그리고 너도 좋았다.


소설 속 너의 메시지는 ‘본래 그러하다’와 ‘어쩔 수 없다’ 두 마디로 요약되었다. ‘본래 그러하다’는 삶에 대한 너의 진단이었고, ‘어쩔 수 없다’는 너의 처방이었다. 그것이 허무였든 보수였든 나는 그 진단과 처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본래 그러한’ 삶이 곧 나의 삶이고, ‘어쩔 수 없는’ 존재가 곧 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절망과 슬픔에 빠졌다. 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그 사태 앞에서 쩔쩔맸다. 바다와 적 앞에 선 이순신이 그러했듯,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가 그러했듯, 나는 쩔쩔맸다. 그 후로 나는 너를 읽을 때마다 무기력에 빠졌고, 이렇게 이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아직 젊기에 '본래 그러하다'는 것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하여 너와 나의 이별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굳이 찾자면 더 이상 너를 감당할 수 없는 나의 무능이 이별의 원인일 것이다. 아름다움의 배후에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었다. 너의 아름다움이 비수가 되어 나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한마디로 나는 어렸었다.

나는 요즘 가수 이소라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그리고 가끔 그녀의 가창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녀의 가창은 한마디로 완전하다. 그래서 그것은 자족하다. 그 자족 앞에서 나의 찬사는 무력하고 무의미하다. 하여 나는 종종 섭섭함을 느끼곤 한다. 자족한 대상을 두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본래 그러하'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과거에 너를 사랑하는 일이 그러했다. 너는 '본래 그러'했고, 나는 '어쩔 수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또 너와 닮은 것을 사랑하고, 이렇게 너를 흉내 내고 있다. 너와의 이별 후, 나의 꼬락서니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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