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 이제 곧 11월이다. 올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독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성'이라는 키워드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으나 여성의 삶을 다룬 책을 몇 권 읽게 되었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책을 꼽는다면 <사람입니다 고객님>, <레이디 크레딧>,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다. 각각 한국 콜센터 여성 노동장의 삶,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의 한국 성매매 산업, 사회 전분야에 걸친 여성을 배제한 남성 표준화(?)를 다루고 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데, 여성 작가의 글쓰기의 어려움, 그리고 그 특징이 흥미롭지만 읽기에 만만치가 않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점찍어둔 책은 <정의의 감정들>. 조선시대 여성들의 소송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여성과 역사가 만나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독서모임에서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박완서 등 여성 작가를 주로 읽어왔다. 독서경력 운운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책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바뀌는 것을 실감한다. 가장 큰 것은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 어떤 책을 손에 들면 먼저 이 작가가 서재에 틀어박혀 이 책을 쓰는 동안 누가 대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해주었을까를 묻게 된다. 다음으로는 어떤 작가의 한계나 단점에 대해서 따지기 전에 먼저 그 작가가 그 한계와 단점 속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펜을 들었는지를 생각하기로 다짐했다는 것.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역시 어렵다.) 당분간 여성의 삶을 다룬 책, 그리고 여성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