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진실한 마음을 가리키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이 서로를 어긋나게 하여

끝이 났다는 날카로운 다짐에 부대낄 때

멀고도 가까운 기쁨의 고개를 우리는 넘자


그곳은 영옥의 해가 아직 다정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삼천의 뜨거운 시선 아래

함께 서로의 아픔을

밤마다 얘기하고 듣는 해빙의 시작


그 황홀한 직시 가운데

눈물을 흩날리며 마주 서면

별것 아닌 듯한 한 자락 마음 내려오니

우애의, 엷디엷은 우애의 강물

면면한 흐름 잠시 얼어붙더라도

다만 우리는 그날 바닷가의 공놀이를 기억하리라



오랜만에 서재를 방문한다. 독서모임에서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었다. 유치환의 <생명의 서>를 다시 쓴 감상인데, 모임 진행자님의 발제문에 빚진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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